불량 동물원의 불쌍한 동물들

대한민국 뉴스 뉴스

불량 동물원의 불쌍한 동물들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 📰 hankookilbo
  • ⏱ Reading Time:
  • 62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28%
  • Publisher: 59%

어릴 때 전주동물원에 자주 놀러 갔다. 코끼리는 엄청나게 커서 멋있었고, 똬리를 틀고 있는 구렁이는 너무 무섭게 생겨서 가끔 꿈에 나올 정도였다. 구렁이가 움직이는 걸 보려고 투명한 유리벽을 톡톡 치다가 막상 구렁이가 움직이면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상업적 목적을 위해 전시되는, 이른바 전시 동물의 삶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냥

얼마 전 경남 김해의 부경동물원에서 사자 한 마리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굶고 있는 것이 드러났고, 유관기관과의 협의 끝에 바람이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져 비로소 행복한 삶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부경동물원과 관련한 동물 학대 논란은 계속됐고, 결국 지난달 부경동물원은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 달 먹이값만 500만 원 상당의 금액이기에 운영해도 이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114곳에 달한다. 5만 마리에 가까운 동물 중 에버랜드의 판다 푸바오처럼 행복하게 사는 동물은 몇 마리나 될까? 도대체 동물원에는 어떤 법이 적용되길래, 바람이를 저렇게 굶겨도 처벌받지 않는 것일까. 동물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과거에는 동물원이 ‘자연공원법’상 자연공원이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상 박물관으로 취급됐으나, 2017년 동물원수족관법이 제정되어 비로소 동물원에 대한 독자적인 법률이 생기게 됐다. 이 법에 따르면 동물원이란, 야생동물이나 가축을 10종 이상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동물원 운영자는 동물원의 명칭, 소재지, 동물 종류ㆍ수뿐만 아니라 적정한 서식 환경 제공 계획, 폐원 시 동물 관리계획을 갖추어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사무실, 전시시설, 사육시설, 동물 진료시설 또는 격리시설을 마련하고, 전문인력을 2명 이상 갖춰야 하며,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총 18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동물원수족관법은 위 내용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동물원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즉 동물원 운영자는 위 내용만 지키면 처벌받지 않는다. 적정한 서식 환경에 대해서도 야생생물법은 멸종위기종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만, 동물원수족관법은 구체적인 기준이 전혀 없다. 또한 동물원을 처음 등록할 때 서식환경 제공 계획을 작성하도록 하지만, 서식 환경을 주기적으로 검사받지 않기에 이를 위반하는 동물원이 다수다. 실제로 작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환경부가 제정한 동물원 관리·사육 표준 매뉴얼을 지키는 동물원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돼 2023년 12월 14일 시행된다는 것이다. 주된 개정 취지는 바로 ‘동물원 허가제’다. 기존에는 최소한의 등록 요건만 충족하면 동물원 운영이 가능했는데, 개정법에 따르면 동물 생태 습성을 고려한 시설과 복지에 관한 기준을 충족한 동물원만 허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개정법에 따르면 동물원은 사육 환경의 적정성 등을 주기적으로 동물원 검사관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 기준에 맞지 않는 동물원은 5년 내에 기준을 맞추거나, 폐원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동물원은 폐원 또는 정말 최소한도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우선 개정법의 취지에 따라 하위 규정이 제대로 만들어져서 동물원 동물이 모두 푸바오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hankookilbo /  🏆 9.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빨갱이는 눈·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칠곡 할매들 래퍼그룹 도전“빨갱이는 눈·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칠곡 할매들 래퍼그룹 도전“빨갱이는 눈과 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 그냥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 예~.” 여든이 넘어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빨갱이는 눈·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칠곡 할매들 래퍼그룹 도전“빨갱이는 눈·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칠곡 할매들 래퍼그룹 도전“빨갱이는 눈과 코가 빨간 줄 알았지 예~, 그냥 우리와 같이 불쌍한 사람 예~.” 여든이 넘어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젊을 때 잦은 음주· 과음, 50세 이전 대장암 발생 위험 높인다젊을 때 잦은 음주· 과음, 50세 이전 대장암 발생 위험 높인다젊을 때 평소 술을 많이 마시거나 자주 마신다면 면 조기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평생 날 못 잊게 하겠다” 전 남친의 충격적인 유서 | 중앙일보'남자가 방을 비웠을 거라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여자는 순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유품정리사 TheJoongAngPlus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포니' 2대 소유한 현대자동차 직원…'향수이자 자부심' | 연합뉴스'포니' 2대 소유한 현대자동차 직원…'향수이자 자부심' | 연합뉴스(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흙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에서 포니 꽁무니를 따라가던 어릴 적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높은 곳’만 좇던 화가들, ‘우리’를 추앙하다‘높은 곳’만 좇던 화가들, ‘우리’를 추앙하다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오전 10시에 전시장을 찾은 것은 취재로 인해 관람객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Render Time: 2025-04-01 21:3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