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 법원도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법원은 ‘가해국 한국’이 원고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피해 베트남인에게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1부는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023년 2월 대한민국이 원고 응우옌티탄에게 3천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응우옌티탄은 8살이었던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안구 퐁니마을 집 주변에서 한국군 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이 쏜 총에 왼쪽 옆구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고, 수술로 목숨을 건진 뒤 지금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다. 당시 가족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4살 오빠는 크게 다쳤다. 응우옌티탄씨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정만이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1심 재판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 당시 민병대원 등의 증언과 응우옌 쪽이 제출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원고 쪽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항소심 법원 또한 “피고는 베트남전 당시부터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실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마치 객관적 조사를 거쳐 확인된 것처럼 ‘위장 공격’ 주장을 반복하고 있고, 중앙정보부 조사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증거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의 항소를 기각했다.이 소송에서 법원은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선고 이후 입장문을 내어 “고무적인 판결”이라며 “1심에서 원고가 모든 법적 쟁점에서 승소했고, 피고 대한민국은 항소심에서 재판 결과를 뒤바꿀만한 어떤 논거도 보여주지 못했다. 마침내 구현된 정의의 과정이자 결과”라고 강조했다.
응우옌티탄 또한 베트남 현지에서 선고 결과를 듣고 시민단체를 통해 “다시 한번 재판에서 승소해서 너무 기쁘다. 베트남 중부의 다른 학살 피해 마을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방부가 더는 항소하지 않고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사건 74년 만에 첫 국가배상 판결(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1950년 한국전쟁 당시 경남 산청, 함양지역에서 국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들이 사건 발생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산청, 함양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 18억여원 국가배상 판결한국전쟁 당시 산청, 함양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유족 15명이 74년 만에 첫 국가배상을 받았다. 부산고법은 정부가 18억2583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스라엘군, 넷자림 회랑에서 민간인 무차별 학살이스라엘군 252사단 군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넷자림 회랑에서 민간인과 무장세력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학살이 행해졌다. 이스라엘 지휘관들은 '킬 존'이라 불리는 임의로 설정된 경계선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 대한 무차별 사격을 명령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제주항공, 176명 사망 여객기 추락 사고에 '약 10억 달러 배상 책임 보험' 기반 희생자 지원제주항공은 9일 오후 6시 10분 기준 176명의 사망자를 낸 자사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약 10억 달러 배상 책임 보험을 바탕으로 희생자 지원에 모자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전·월세난 잡힐까”…장기 임대주택 집주인, 살던 집 팔면 양도세 무제한 면제정부, 세법 시행령 개정 기준시가 6억이하 장기임대인 본인집 매도때 횟수 제한 없애 출산지원금 비과세 기준 정해 같은 직장서 2회까지만 인정 전력반도체도 국가전략기술로 세액공제 혜택받는 中企 늘듯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러시아에 아제르바이잔항공 추락 사고 책임 인정 요구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는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에 책임을 지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명시적 책임 인정을 요구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