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속도가 느린 직장인입니다 직장살이 혼밥 점심시간 남희한 기자
누군가 옆 자리에 식판을 내려놓으며 말을 건넸다. 내 옆에 앉음으로써 혼자가 되지 않은 그에게 자신의 말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갈 수 있게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대답했다.예전 같았으면 왜 혼자 밥을 먹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얘기했을 텐데 전혀 개의치 않았다. 혼자서 밥을 먹느니 굶었던 나였는데 놀랍게도 이제는 혼밥을 즐기고 있었다.나는 밥을 빨리 먹지 못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그 맛있음을 표현할 만큼의 속도를 낸 적이 없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숟가락을 놓는 마지막 주자였던 것을 보면 천성이지 싶다. 초중고 점심시간에 나의 주 반찬이 김치와 교실을 뛰놀던 친구들이 만들어준 먼지였던 것은 최소 30분은 필요한 내겐 당연한 일상이었다.
"식사 빨리 빨리 합니다." 여기까지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더 노력했을 텐데, 조교가 식탁을 발로 찼고 나는 포크 숟가락을 식판에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그가 바라는 속도는 낼 수 없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짐승 취급은 곤란했다.모자챙 아래로 보이는 조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오더니 복화술로 밥을 마저 먹으라며 협박조로 읊조렸고 그 이후 재촉은 하지만 겁박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이면 빈자리를 찾아 헤매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도 내게 큰 도움을 줬다. 나만 빼곤 식사를 마친 우리 테이블이 포위된 듯 둘러싸이는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씹는 횟수는 줄고 삼키는 양은 많아졌다. 뜨거운 눈치에 다들 쫓겨나듯 일어나고 혼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경험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직급이 올라 갈수록 뜻하지 않게 기다리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였다. 밥 먹을 때마다 먼저 일어나라는 멘트를 던질 타이밍을 고르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다. 식사를 끝내고도 기다리겠다며 대화를 이어가던 사람들 사이에 정적이 흐를 때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칸막이와 빈자리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말이 없어졌다. 얘기를 나눌 수도 없고 나눠서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혼밥을 시작했고 먹고 나면 바로 일어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자리를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지만 곧 그들도 흐름에 동참했다. 서로에 대한 배려의 방식이 바뀌고 있었다.
대단한 만족감이었다. 운동에 충실할 수 있고 점심 내내 혼자이다 보니 한 시간 내내 오디오북을 들을 수도 있었다. 귀로 즐기는 한 시간의 독서는 하루의 일부분을 매끈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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