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파묻혀 밤낮을 바꿔 사는 은솔이처럼, 코로나 이후 상당수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제각각의 고충 탓에, 학교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하던 과거 일상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중입니다.
편집자주“아이들은 모두 자란다. 한 사람만 빼고.” 소설 ‘피터팬’ 첫 문장입니다. 어쩌면 한국엔 여느 세대처럼 제때 자라지 못한 ‘피터팬 세대’ 가 나올 지 모릅니다. 긴 거리두기, 비대면수업 탓에 정서·사회 발달이 더뎌진 ‘코로나 키즈’ 말입니다. 마스크와 스마트폰에 갇혀, 아이들은 ‘제대로 클 기회’를 놓쳤습니다. 방치하면 소중한 미래를 영원히 잃게 됩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그 회복에 필요한 어른들의 노력을 함께 짚어 봅니다.오후 2시 44분. 오늘도 실패다. 도저히 아침엔 눈이 떠지지 않는걸. 일어나라는 엄마 잔소리를 잠결에 들은 것 같은데, 모른 척했다. 몸이 자꾸만 푹 꺼지는 기분이다. 머리는 띵하고, 속은 더부룩하다. 이제 뭐하지. 배는 딱히 안 고프고, 로블록스나 한판 해볼까. 엄마랑 동생은 병원 갔나보네. 혼자 있으면 무서우니까 TV부터 틀자. 눈꺼풀은 감기는데 밖에서 노는 애들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제발 조용히 했으면.
등교 제한이 풀리고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재개됐지만, 은솔이의 뒤바뀐 밤낮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 선생님에게 빼꼼히 얼굴만 내비치고 침대로 피신해도 출석은 인정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서울 동남권 지역의 11년차 초등교사는"등교 제한이 풀렸더라도 퐁당퐁당 등교가 일상이 되다 보니, 매일 등교로 바뀐 이후 아이들의 피로도와 내적 저항성이 커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느슨한 출결 관리 탓에 생활지도가 문제가 되자, 일선 학교들은 올해부터 체험학습과 가정학습 일수를 연 57일에서 연19일로 원상회복시켰다.한국일보가 만난 은솔이 사례처럼, 학교의 빈자리, 친구와 선생님의 부재를 파고든 것은 바로 스마트폰이었다.
우울증·불안장애도 급증 코로나 3년은 아이들의 마음에 커다란 걱정과 불안을 안겼다 . '코로나하면 떠오르는 것'을 묻는 질문에 서울 휘봉초 5학년 정OO 학생은 '코로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만든다'고 적었다. 최주연 기자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심한 스트레스로 적응장애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2019년 대비 우울증은 21만여명, 불안장애는 14만여명,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 장애는 6만여명 더 늘었다. 고의적 자해 등 극단 선택을 시도한 아이들도 코로나 시기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아이들은 회복탄력성이 좋아 학교 문만 열리면 금세 다 좋아질 것'이라는 어른들의 설익은 낙관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다. 아이들의 마음 속 상처는 시간이 갈수록 깊이, 그리고 넓게 새겨지고 있다.
방수영 교수는"①감염으로 가족이 죽을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와 불안 ②또래와 만나지 못하고 학교도 가지 못하는 일상 붕괴에 대한 억울함과 우울, 분노가 코로나를 겪은 아이들의 주된 정서"라며"C세대의 정신 건강 위기는 어른이 돼서도 상당한 트라우마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3년을 버틴 우리 아이 마음 상태, 그림 검사로 읽어 보세요코로나 때문에 힘들어 했던 우리 아이들의 마음 상태, 그림 검사로 확인해 보세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고3 아들이 방문을 열고 살게 된 이유고3 아들이 방문을 열고 살게 된 이유 길고양이 반려묘 육아 입양 임병도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튀르키예 강진 한달] ③ '21세기 술탄' 에르도안, 대선 목전서 집권20년 최대 위기 | 연합뉴스(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21세기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기록될 이번 지진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절체절명...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백색가전'은 옛말…요즘 신혼부부는 '3대 이모님' 모신다코로나 기간 미뤘던 결혼식이 엔데믹과 함께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신혼 가전 트렌드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필수 가전만 구매했다면 이제는 건조기와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 집안일 부담을 덜어주는 새로운 가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김관영 '김대중 리더십'은 나의 정치적 좌표'김관영 '김대중 리더십'은 나의 정치적 좌표' 김대중_대통령 DJ의_어록 탄생_100주년 김관영_전북_지사 김대중_리더십 조종안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