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작곡가라고 무시한 나를 반성합니다 A.PIECZONKA 반복속작은변화 창의성 타란텔라 박은정 기자
어느 날, 원장님께서 악보 하나를 가지고 오셨다. 타란텔라였다. 타란텔라는 8분의 6박자 또는 8분의 3박자 계통의, 장조와 단조가 교대로 나타나는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의 빠른 춤곡이다. 리스트의 타란텔라가 유명하지만 다른 작곡가들도 타란텔라를 작곡했다. 힐끗 악보를 살피니 낯선 작곡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궁금해 하면서 끝까지 연주해 보았다. 처음인데도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악보였다. 내심 조금 더 난이도 있는 곡을 연습해 보고 싶던 차라 실망스러워서 속으로 중얼거렸다.연습을 시작하면서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있나. 곡이 귓가와 입안에서 계속해서 맴돌고 머무는 게 아닌가.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난 뒤 아이와 함께 연주 영상을 찾아보았다. 도입부의 빠르고 화려한 멜로디는 단숨에 흥미를 돋우기 충분했다. 아이는 내가 연습을 위해 복사해 온 악보를 가져가더니 거실의 디지털 피아노에 앉아 더듬더듬 연습했다. 들으면서 곡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마치 반복되지만 미세한 단어의 차이로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시의 문장을 보는 듯 했다. 또 누구나 쓸 법한 단어만 쏙쏙 골라 쉬운 문장을 쓴 것 같은데, 소리 내어 읽을수록 아름답고 감탄스러운 그림책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소재를 열심히 찾다가 '이거 좀 써 볼까?' 싶은 걸 발견한다. 대략적인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고 인터넷 서점 검색을 해 본다. 혹시나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와 중복되면 안 되니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더니 벌써 누가 써 버렸다. 그것도 내가 생각지도 못한 멋진 상상력으로.
피악존카의 타란텔라를 치는 동안, 줄곧 그림책 쓰는 일을 생각했다. 그의 악보는 구성이 복잡하지 않았다. 반복되며 귀에 남는 구절이 다양한 변주를 통해 곡에 통일성과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일정 수준의 아마추어 연주자들, 또는 어린 학생들이 즐겁게 칠 수 있으면서도 난이도 이상으로 아름다운 효과를 느낄 수 있게 곡을 썼다. 그림책을 쓰는 일에서만 그럴까? 어떤 분야에서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거나 설득하기 위해서 거창하고 대단한 것만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가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있고, 잘 알고 있는 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전달한다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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