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맞바꾼 시간, 나이든 부모는 아직도 자책한다 아버지 가족사진 어머니 글 정경숙·사진 류창현 전재천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나에겐 이미 최초의 세상이 있었다. 어머니다. 280일 어머니 품 안에서 심장 뛰는 소리, 숨소리, 목소리를 느끼며 감각을 하나하나 일깨웠다. 태어난 순간 탯줄은 끊겼지만, 어머니는 늘 곁에 가까이 있었다. 기쁠 때 가장 먼저 달려오고, 힘들 때 부리는 온갖 응석을 다 받아주셨다.
어린 날에도 아버지와 단둘이 있으면 침묵을 견디기 힘들 때가 있었다. 자상한데도 어렵고 친밀하면서도 서먹했다. 철없는 자식들을 혼낸 다음 날엔 그 '귀한' 바나나를 사와 말없이 건네고, 술에 거나하게 취한 날에야 잠든 자식들의 뺨을 비비던 당신. 그 시절 아버지는 사랑하는 마음만큼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가족과 가까이할 시간도 없었다. 175cm 키에 58kg 몸무게."비쩍 말라서는, 어디 하루나 버티겠나"라며 공장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1973년 가을, 스무 살의 황희수씨는 목재 회사 '이건산업'에 들어갔다. 출근 첫날부터 열두 자 크기 합판을 작업장 끝에서 입구까지 옮기는 작업을 종일 했다. 하루 12시간 근무하는 동안 오전 오후 딱 두 번 단 10분만 쉴 수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하지 못했어요. 지금까지도 마음이 쓰여요." 타지에서 번 돈을 꼬박 모아 보낸 만큼 쌓여가는 통장 잔고도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대신할 순 없었다. 가족을 위해서였을지라도 돈과 바꾼 그 시간을 아버지는 자책한다. 그 중년의 아들이 어머니에겐 여전히 '품 안의 자식'이다."어릴 때는 언제 크나 했는데, 이제 아들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 아파요." 어머니는 아들 얼굴이 주름지는 건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작 그 곱던 당신 얼굴이 훌쩍 늙어가는 줄은 모른다. "평생 일만 했어요. 그래도 고생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모두 힘들게 살았으니까요." 지난날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빛이 환하다. 열심히 일할 줄밖에 모르는 삶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돌이켜 생각하면 없어서 힘들었던 일보다 함께여서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다.송림동 현대시장 앞, 닭알탕 골목. 퇴근길 한잔 생각에 들른 직장인들, 주머니 가벼운 젊은이들, 추억을 찾아온 단골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모습에 위로받고, 살아갈 힘을 얻는 곳. 이 골목 한편 오래된 가게가 어머니를 숨 쉬게 하고 지탱해 주는, 어머니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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