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사태’로 불리는 그 사건 이후, 정의연은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어쩌면 예상 밖일 수도 있습니다. 기림의날 정의연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정의기억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한켠에선 한 활동가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큰 소리로 안부 전화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 잘 계시나 하고 전화 드렸어요, 할머니 식사도 많이 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귀가 어두운 할머니를 위해 그는 큰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건넸다. 또 한켠에선 다음날 예정돼 있는 수요시위에 사용할 플래카드를 한 활동가가 바닥에 앉아 손수 만들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선배 활동가가 멈춰 서서 이런저런 조언을 건네며 또 다른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일을 겪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5년차 A 활동가가 말했다. “우리는 아무리 힘들어도 사무실에 여러 명이 함께 있었기에 버텼는데, 손 소장님은 혼자 있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죄송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너무 힘들었다.” 이 말을 하던 그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는 듯했다. 그중 한 명인 김민서 활동가는 작년 10월 인턴으로 들어와 현재 정의연 연대운동국에서 국내연대와 출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원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는 그는 학내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하다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게 관심을 두게 됐고, 정의연 활동에 도움이 되고 싶어 박물관과 수요시위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다가,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뭐든 시켜만 달라, 도움이 정말 되고 싶다, 제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다른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쉴 틈 없는 업무의 연장에 잠시 트라우마를 억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생동감이 넘치는 내부 상황과는 다르게 굳게 닫혀 있는 정의연 사무실 출입문은 이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인터뷰를 위해 정의연 사무실을 찾았을 때 안은 보이지 않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을 열어 달라고 철문을 손으로 ‘쿵쿵’ 두드리자 한 활동가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조심스럽게 누구냐고 물어봤다. ‘인터뷰 약속을 하고 온 기자’라고 답하니 그제서야 문을 활짝 열어줬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모든 활동가들이 놀란 눈으로 목을 쭉 빼고 일제히 기자를 쳐다봤다. 3년 전 그날, 기자도 검찰도 철문을 ‘쿵쿵’ 두드리고 막무가내로 들이닥쳤을 것이다. 그리고 보수단체는 사무실 앞에 진을 치고 정의연을 위협했을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정의연은 시민사회진영에서 연대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전에는 정의연에 사람들이 연대를 해주러 왔다면 지금은 그 반대가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의연 활동가들은 그만큼 더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연대의 범위가 그냥 넓어진 게 아니라 식민지 불법강점에서 일어난 반인도적 범죄 행위라는 속성과 연관돼 있다. 거기서 대표적인 게 ‘위안부’ 문제지만 강제동원 문제도 있고 민간인 학살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많다. 그런 점에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거기다가 여성인권 문제도 있으니까 여성인권 단체들과도 연대를 공고하고 있다.”
정의연의 향후 과제는 이처럼 “흩어져 있는 자료를 연결하는 일”이라고 이 이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기억과 기록, 교육, 연구, 이런 부분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특히 기억과 기록 부분은 자료가 많이 흩어져 있고, 체계적으로 집적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어디에 무슨 자료가 있고 어떻게 하면 볼 수 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를 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부담도 상당히 크다. 어떻게 이걸 확장시키고 지속 가능하게 할지도 현실적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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