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쓸모없는 공부라도 '정신 척추의 기립근' 같은 맛...나는 왜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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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쓸모없는 공부라도 '정신 척추의 기립근' 같은 맛...나는 왜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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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김영민의 공부란 무엇인가] 나는 왜 배울까 언제부터인가 연구 계획서 쓰는 일을 싫어하게 되었다. 한국의 연구 계획서에는 대개 기대 효과를 쓰는 난이 있다. 거기에 쓸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완성되면 이러이러한 효과가 있으리라고 장담하기도 어렵거니와, 종사하는 공부 자체가 그러한 효용을 전제하고 있지도 않다. 즉각적인 쓸모를 위해서라면 아마 다른 일을 했으리라. 생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업으로 삼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고충에 공감할 것이다. 끝내 제출하지 못한 연구 계획서에 썼던 문장이 뭐였더라? 예술가 패티 스미스가 한 말의 변주였던 것 같다.

와인도 그렇다고 하지 않은가. 오랜 경험을 통해 와인의 맛을 섬세하게 구별하는 이가 있기에 와인이 세분화될 수 있다. 그런 사람 앞에서 와인 맛이 다 똑같다고 말하는 것은, 와인에 대한 무지를 선언하는 것과도 같다. 잘 모르니까 다 비슷해 보일 뿐, 잘 모르니까 구별이 안 될 뿐. 섬세함은 사회적 삶에서도 중요하다. 섬세한 언어를 매개로 하여 자신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고 또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훈련을 할 때, 비로소 공동체를 이루고 살 수 있다. 거칠게 일반화해도 좋을 만큼 인간의 삶이 단순하지는 않다. 거친 안목과 언어로 상대를 대하다 보면, 상대를 부수거나 난도질할 수 있을는지는 몰라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식의 거친 공부라면, 편견을 강화해줄 뿐, 편견을 교정해 주지는 않는다.섬세한 언어야말로 자신의 정신을 진전시킬 정교한 쇄빙선이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싶다면,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 만남에는 섬세한 언어가 필수적이다. 언어라는 쇄빙선을 잘 운용할 수 있다면, 물리적인 의미의 세계는 불변하더라도 자신이 체험하는 우주는 확장할 수 있다. 그 과정 전체에 대해 메타적인 이해마저 더한다면, 그 우주는 입체적으로 변할 것이다. 언어는 이 사회의 혐오 시설이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 의도하지 않은 선물이 하나 더 있나니, 공부가 즉각적인 쓸모와 거리가 멀면 멀수록, 묘한 ‘간지’가 난다는 것이다. 당장 쓸모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것들. 이를테면, 라틴어나 한문 공부, 혹은 초서 읽기나 암벽등반은 어떤가. 현실적으로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언뜻 불분명한 일들에 성심껏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통제력을 놓지 않은 파계승 같은 ‘간지’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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