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하수영'(전도연). 하지만 그녀는 연인이자 상관인 '임석용'(이정재)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는다. 뒤로 몰래 관리하던 마약 밀 조직이 검거됐고, 그녀 이름이 담긴 녹취 파일이 검찰에게 넘어갔다는 것. 이에 그녀는...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하수영'. 하지만 그녀는 연인이자 상관인 '임석용'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는다. 뒤로 몰래 관리하던 마약 밀 조직이 검거됐고, 그녀 이름이 담긴 녹취 파일이 검찰에게 넘어갔다는 것. 이에 그녀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현금 7억 원과 자기 아파트를 보장하겠다는 '앤디'의 제안을 받아들여 감옥에 간다.
다만 도전과 위험은 한 쌍이다. 규칙을 파괴하고도 대중을 매료하려면 그 관습을 깬 이유와 효과를 명확히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오승욱 감독의 신작 는 이 리스크를 간과했다. 익숙한 한국 누아르 영화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노력으로 가득하지만, 그 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을 가시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는 고이 숨겨 놓은 진의를 보여주기도 전에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았다.사실 는 복잡하지 않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이야기는 간단하다. 전직 경찰이 약속받은 돈을 찾아다니는 게 전부다. 한국형 누아르 요소도 많아서 익숙하다. 기업처럼 보이는 거대 범죄 조직은 마약 사업을 하고, 부패 경찰은 그들 뒤를 봐주면서 이득을 챙긴다. 덕분에 몰입은 쉽다. 하수영이 출소한 직후와 그녀가 감옥에 간 2년 전 전말이 드러나는 초반까지는 한국 영화에서 볼 법한 폭발적인 복수극을 기대할 수 있다.
는 다르다. 총이 있지만, 쓰지 않는다. 하수영은 계속해서 대화로 정보를 찾는다. 약점을 쥐고 협박할 수 있는 상대에게도, 과거에 안 좋은 인연이었던 사람에게도 가급적 힘을 쓰지 않는다. 만악의 근원이자 출소하면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깬 앤디와도 평화롭게 일을 끝내려 한다. 피 섞인 술을 마시면서까지. 이 대목에서 이미 는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겠다고 암시한 듯하다. 이 시퀀스를 보다 보면 한 단어가 뇌리에 떠오른다. 바로 '업'이다. 불교에서 업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원인이 되는 행동과 그 인과를 뜻한다. 한 사람이 경험한 기쁨 혹은 슬픔은 업의 원리에 따라 결과로, 필연적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즉, 자기가 행한 행위가 선한지 악한지 여부에 따라 미래의 운명도 결정된 셈이다. 선의를 베푼 자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의 운명이 극명히 엇갈린 클라이맥스를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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