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의 OTT 충전소 ㅣ 넷플릭스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 일을 잘할 것 같아 뽑고 보니 무능하기 짝이 없다.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해고만이 답인가? 완벽한 외모와 분위기를 가졌지만 일을 전혀 못하는 신입사원과, 능력은 뛰어나지만 항상 긴장해서 일을 망
일을 잘할 것 같아 뽑고 보니 무능하기 짝이 없다.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해고만이 답인가? 완벽한 외모와 분위기를 가졌지만 일을 전혀 못하는 신입사원과, 능력은 뛰어나지만 항상 긴장해서 일을 망치는 또 다른 신입사원. 사고뭉치 두 사람이 한 팀이 된다면? 일본 티브이아사히에서 방영 중이고, 국내에선 넷플릭스로 볼 수 있는 드라마 ‘무능한 타카노’다.
한 아이티 컨설팅 회사의 신입사원 면접장. 이미 50번이나 면접에서 탈락한 히와다는 또 설사병이 도졌다. 겨우 수습하고 아슬아슬하게 대기실에 들어간다. 모두 긴장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분위기의 여자가 들어온다. 우아한 몸놀림, 아나운서 같은 정갈한 목소리, 깔끔하고 세련된 정장, 따뜻한 미소 등 모든 것이 능숙하고 여유롭다. ‘아, 이런 멋진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두 사람 모두 합격한다. 면접장에서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의 이름은 타카노. 그런데 입사하고 보니 그는 놀랄 만큼 무능하다. 복사도 못하고 컴퓨터도 모른다. 무엇보다 너무 무식하다. 출근해서 서류에 스테이플러를 찍고 나면, 나머지 시간엔 고양이 영상을 본다. 진정한 월급 루팡!
히와다는 분석력과 아이디어는 좋지만, 영업 나가면 무시당하기 일쑤다. 존재감 제로에 어눌한 말투가 발목을 잡는다. 선배는 독설을 날린다. “넌 컨설팅에 맞지 않아. 상대에게 유능해 보이는 이미지도 중요하다고.” 히와다는 승부수를 던진다. 보기에는 그럴듯한 타카노와 한 팀이 되어 영업을 해보겠다고. 모두가 의심하는 이상한 조합. 드디어 고객과의 첫 미팅. 그런데 능력 있어 보이는 타카노가 히와다를 소개하고 나면, 고객들은 거짓말처럼 히와다를 신뢰한다. 이게 정말 된다고?드라마는 우리가 얼마나 이미지에 취약한지 보여준다. 타카노가 영어를 읽으면 상대는 그를 유학파라고 확신한다. 히와다는 나이 든 남자가 사장이고 젊은 여자는 어시스턴트라고 생각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데, 정작 중요한 판단은 보이는 것으로 결정된다.
특이한 점은 주인공 이름을 모두 새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타카노의 타카는 ‘매’를 뜻한다. 히와다의 히와는 ‘검은방울새’, 즉 작고 힘없는 새다. 다른 인물들 이름도 까마귀, 비둘기, 꿩 등을 암시한다. 뛰어난 매는 발톱을 감춘다고? 설마 타카노도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걸까? 만화 같은 연출이 재밌는데, 역시 만화가 원작이다. 오피스 드라마인 만큼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자, 그럼 회사원들을 위한 밸런스 게임. 무능하지만 착한 동료와 유능하지만 악랄한 동료 중에 당신은 어느 쪽을 더 피하고 싶은가. 타카노의 말 중 유일하게 유식해 보이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일개미의 법칙. 일개미의 20%는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 만약 그 20%가 사라지면, 남은 집단의 새로운 20%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당신 옆의 무능한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당신의 일이 딱히 줄진 않을 거다. 지금이 그나마 최선이라 믿고 오늘도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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