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못 여는 꼬마, 그럴 수밖에 없던 사정 입양 공개입양 김지영 기자
2012년 1월 겨울, 칼바람이 살을 파고드는 칠흙 같은 밤. 그녀가 춘천의 어느 보육원 원장으로 일할 때였다. 퇴근해서 집에 있는데 원에서 전화가 왔단다. 얼굴을 꽁꽁 싸맨 젊은 엄마가 갓 낳은 아이를 안고 왔다고 했다.
욱이가 업둥이로 들어 온 그 해 줄줄이 다섯 아이들이 더 들어왔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1년에 한 명 들어올까말까 했는데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강제 출생신고를 피해 유기되는 아이들이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었다. 남편도 딸도 주말마다 오는 아이들을 성가셔하지 않고 좋아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주말에 집에 데려오는 일이 드문드문 하면 남편은 오히려 아이를 데려오라 했다. 남편은 욱이를 무척 좋아했고 욱이도 남편을 신기하게 잘 따랐다. 언제부터인지 남편 마음 한자락에 욱이가 들어서고 있었다. 그 해 7월에 입양신청을 했고 다음 해인 2016년 3월 확정 판결을 받았다. 보육원 아이였던 욱이는 그녀 아들이 됐다. 3년을 주말마다 집을 오고갔어도 시설에서의 집단생활이 남긴 생채기는 욱이에게 뚜렸했다.욱이는 냉장고에 집착했다. 시설에 있을 때 방에 냉장고가 있었지만 그 문을 열 수 있는 권한은 보육사 선생님에게만 있었다. 그래야 시설에서의 집단생활이 유지될 수 있었다. 집에 와서도 욱이는 혼자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 엄마에게 꺼내 달라고 했다. 대신 욱이는 냉장고 곁을 떠나지 않았다.
욱이는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시설에 오게 된 경위도 물론이었다. 말하자면 다시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함의 발로였다. 오줌 지리는 습관은 초등학교 2학년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마음의 생채기가 아물고 있었다. 처음 집에 왔을 때 우리 나이로 겨우 네 살 먹은 아이가 혼자 샤워를 했다. 여느 또래 아이 답지않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명색이 보육원 원장이었는데 아이들 면면을 다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런 아이가 지금은 매번 씻겨줘야 하는 5학년 아이로 변했다. 그녀가 시설에서 원장으로 있을 때, 아이를 맡겨 놓고 나중에 와서는 돈을 꿔달라는 부모가 여럿 있었다. 대개 아이를 맡긴 후 연락이 끊어지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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