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 도착해 아내, 며느리, 엄마, 그리고 “다문화”라고 불리는 동안 ‘인간’ 윤혜린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항상 바쁘게 일해야 했던 그에게 ‘사치’였던 스포츠.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만난 탁구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됐습니다.
경상북도 영덕군 탁구교실에 참가하는 이주여성 윤혜린씨, 원지현 통번역지원사, 김유진씨, 손진아씨, 윤나비씨, 박이미씨가 19일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수업을 마친 뒤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참 겁이 없었죠.” 필리핀 출신 윤혜린씨는 16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를 이렇게 돌아봤다. 한국인과 결혼해 경북 영덕에서 살던 이모가 남편을 소개했고, 윤씨는 그렇게 한국에 왔다. 지금은 한국말은 물론 영어까지 능통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서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하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몰랐다. 낯선 땅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많은 책임을 짊어졌다. 사과농사를 짓는 시가를 위해 농사일을 도왔고, 가사노동도 도맡았다.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으며 세 아이 엄마도 됐다. 그런 와중에 한국말도 열심히 배워야 했다. 아내, 며느리, 엄마, 그리고 “다문화”라고 불리는 동안 ‘인간’ 윤혜린은 점점 희미해졌다. 탁구를 처음 접한 것은 4년 전.
그는 통역을 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이곳저곳 돌아다닐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 11년 전과 8년 전 단 두번 방문했던 서울에도 다시 갈 생각이다. 영덕군 탁구교실 회원들이 2022년 10월21일 경북 영덕군 영덕탁구장에서 열린 제4회 다문화가족탁구대회에 참가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덕군가족센터 제공 벌써 8년째 운영해온 탁구교실이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국에서 이주여성은 저출생 문제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여겨진다. 정부 정책도 철저히 이 지점에 방점을 둔다. 대부분의 가족지원센터는, ‘가족’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주여성이 재생산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 이들이 가진 꿈과 열정은 부차적인 문제다 . 더욱이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다른 이주민을 만나는 이주남성과 달리, 주로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이주여성은 각 가정마다 분리돼 있다. 남편이나 시부모가 이들이 스포츠를 위해 외출하는 것을 막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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