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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의 행복디자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 ②

오후 1시경 숙소에 도착해 침대를 배정받고 등산화를 벗는다. 오늘도 잘 버텨준 내 신발과 발에 감사한다. 샤워를 하고 다음날 입을 옷으로 갈아입고 빨래를 한다. 다음 날 아침에 필요한 몇 가지를 따로 빼놓고 나머지 물건을 침대 위에 펼친다. 문장에서 토시 하나라도 덜어내듯이 눈에 불을 켜고 더 버릴 것이 없는지 살핀다. 첫 일주일간 이 일정은 최소화, 단순화, 경량화의 최전선에 도전하는 진지한 의식이었다.

물건이 사라진 순서를 보면 그 와중에도 내가 어디에 더 집착했는지 알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화장이 필요 없거나 어색하다는 것은 하루 만에 깨달았고, 비누, 샴푸, 린스를 따로 쓰는 것이 엄청나게 거추장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바로 알았다. 새벽의 추위와 한 낮 어지러운 스페인의 태양으로부터 보호해 줄 챙이 넓은 모자 하나면 충분했고, 제법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 친구들을 여럿 사궜지만, 거기서 내 작품 얘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일기나 기록은 스마트 폰 속에 있는 앱으로 충분했고,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이 두 개일 필요는 없었다. 만약 잃어버리면 하나 사면되는 것이고.

딱 한번 내 배낭이 엉뚱한 곳으로 간 적이 있다. 이미 30km 이상 걸은 날이었다. 하루 정도 배낭이 없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생각해 봤다. 다음날 더러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등 몇 가지 불편함이 생각났지만 대개는 견딜 수 있었는데, 핸드폰 충전이 문제였다. 결국 땅에 붙어버릴 것 같은 다리를 끌고 가 배낭을 찾아왔고, 이후 충전기는 반드시 복대에 넣고 다녔다. 스마트폰이라는 절대 권력자와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야 하는가는 순례길에서도 내내 이어지던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적 이유와 상관없이 이 길을 걷는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순례길에서 매일 만나는 성당에서는 종교를 뛰어넘는 어떤 기운이 느껴졌다. 공간디자인 전공자로서 건축 언어, 빛, 재질, 조형미 등에 압도되어 본 경험은 무수히 많지만 그와는 다른 종류의 감동이었다. 물론 스페인 성당 건축은 아름다웠다. 산티아고, 레온, 부르고스, 세비아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양식의 결정판이다. 특히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 제단부의 화려한 장식은 스페인과 스페인 가톨릭 역사를 생생하게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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