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꿈과 아이들의 꿈을 적어 넣는 깜찍한 노래.
나는 교사로 일하고 있다. 겨울방학은 아무리 늦어도 12월에 해야 제격이다. 1월도 벌써 두 번째 주인데 방학을 하려면 아직도 사흘이나 남았다. 아이들에게 방학 전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꿈 목록을 쓰기로 했다. 교실 한쪽에 학알을 어여쁘게 접어서 통에 담아 둔 게 보인다. 과거엔 수업이 지루하면 아이들이 너도나도 학알을 접는 통에 실랑이를 벌였는데, 이제 방학이니 이걸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태워버릴 거라는 답이 나오기에, 나는 깜짝 놀라서 차라리 태우는 대신 우리의 꿈 목록을 적자고 제안했다. 이 통에 담아 교정 어딘가에 묻어 두고 십 년 뒤 개봉하는 것은 어떠냐고 하면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꿈을 적어나간다.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내가 아니다. 나도 함께 적어 내려갔다.
북카페 여주인 되기, 두 아들이 어엿한 삶을 살아가는 것 바라보기, 겨울이면 여름 휴양지로 날아가 한 달 살이 하고 오기, 부모님께서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사유하는 삶 속에서 노년을 보내시는 것 바라보기, 꾸준히 글을 써서 책 내기, 배드민턴 즐기기, 여행지에서 영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실력 갖추기, 주인공처럼 꿈과 현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여기면서 충만하게 살아가기. 이렇게 하나씩 써나가고 있는데 문득 삶과 죽음을 하나로 여기기,를 쓰는 부분에서 덜컥 죽는 일에 생각이 미치니 겁이 난다. 죽는 일이 나는 아직 무섭구나. 매일 살아갈 일만 생각하지 죽는 일은 막상 생각해 보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이 새삼 알아차려졌다. 돌아보니 꿈과 현실이 하나 되게 살아가는 일은 차원이 높다. 고전 구운몽의 육관대사가 성진에게 전하는 삶이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트리니티의 사랑으로 구원받는 부분이다. 감히 그렇게 높은 경지를 꿈꾸다니, 아무래도 그 소원은 내게 넘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이 하나씩 꿈 종이를 접어 넣는 것을 보았다. 십 년 뒤 아이들이 언젠가 만나서 이 꿈 종이를 개봉하는 날에 나도 초대받길 소원해 본다. 과거 초등학교 3학년 때 십 년 뒤 철봉 아래서 보자고 하셨던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철썩 같이 믿고 찾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던 날이 생각난다. 실은 나도 공수표를 두 번 날렸다. 한 번은 베트남 호찌민시 한국학교를 떠날 때 방과 후 수업을 진행했을 때였고, 또 한 번은 과거 서울 남산으로 소풍을 갔을 때 OO고 학생들에게 했던, 27살이 되었을 때 남산에서 보자고 했던 약속을 그냥 지나쳤던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그 마음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월은 가도 마음은 남는 것이란 노랫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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