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무늬 고양이 등오가 싸늘한 사체로 발견된 건 지난해 12월 2일 오전 9시쯤이었다. 첫 ...
지난해 12월 2일 오전, 전날까지 건강하던 길고양이 등오가 숨진 채 발견됐다. 피를 흘리거나 설사나 토를 한 흔적도 없었다. 이날 이후 등오를 포함해 함께 생활하던 고양이 다섯 마리 중 세 마리가 죽었고, 한 마리가 실종됐다. 강승희씨 제공
다음날에도 깻잎이는 나타나지 않았고, 은이도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생각에 곳곳을 찾아보았더니 눈에 잘 띄지 않는 낙엽 쌓인 맨홀 입구에 은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입을 벌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강씨는 슬프고 화가 나고 무서웠다. 수년째 아무 일 없이 자라던 고양이들이 불과 10여 일 만에 세 마리가 죽고 한 마리가 사라졌다. 거리에 사는 녀석들이 안타까워 개체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중성화 수술도 시키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며 돌보던 고양이들이다.강씨는 작은 증거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금비가 죽은 주변을 다시 꼼꼼히 살펴봤다. 처음 보는 고양이 사료가 바닥에 뿌려져 있었다. 누군가 캔사료를 따서 부어놓고 간 듯했다. 강씨는 마치 탐정처럼 조심스럽게 금비의 사체와 함께 이 사료 흔적도 수거해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는 은이와 금비. 결국 급성 신부전으로 숨졌고, 부검 결과 두 고양이 모두 부동액 성분인 에틸렌 글리콜이 검출됐다. 강승희씨 제공농림축산검역본부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동오와 은이에게선 에틸렌 글리콜이라는 성분이 검출됐다. 추가로 부검한 금비의 사체와, 함께 보낸 사료 흔적에서도 같은 성분이 나왔다.
부동액을 먹고 죽거나 다친 이들의 이야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2022년 9월 인천에서는 음료수에 부동액을 타 60대 어머니에 먹여 살해한 친딸이 붙잡혔다. 보험금을 노리고 어머니를 죽인 것이다. 부동액 테러가 있기 전 고양이들. 강승희씨는 고양이들의 식사를 챙겨준 뒤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는 일을 10여년 동안 했다. 그 사이 고양이를 둘러싼 민원이나 불만이 없었는데 디시인사이드에 글이 올라온 뒤 무리 다섯 마리 중 네 마리가 죽거나 실종됐다. 강승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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