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곳에서... 아름다운 질매섬의 숨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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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곳에서... 아름다운 질매섬의 숨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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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그날까지 19] 경남 사천편

경상남도가 2021년도 경남 유족의 뜻을 이어받아 2년에 걸쳐 각 시∙군의 유족들의 상흔을 녹취해 증언록을 발간했다. 경상도 지역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천혜의 환경조건을 갖춘 지리산을 지척에 두고 있어 빨치산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기에 더욱 보도연맹원들의 집단학살이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필자는 '70년 만의 증언'을 토대로 18개 시∙군의 유족들과 매장지를 현장 답사해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학살지의 실태조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사천편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사천지역의 한국전쟁 전후 학살된 민간인 중 정치범은 진주형무소 구치소에 감금됐다가 학살되기도 했다."보도연맹원 학살은 1950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인민군 일부가 남아있어서 미군이 촉석루를 폭격한 후 사천지역 학살이 본격화됐다. 즉, 보도연맹원 400~550여 명을 삼천포경찰서나 동부파출소에 감금했고 삼천포초등학교에 예비검속돼 있던 분들이 모두 학살당했다.

그 외도 바닷가 부근이기에 수장이 많이 됐다. 그래서 학살당한 사람들의 파악이 정확하지 않다. 사천유족회는 육지에 매장된 시신은 거의 수습했고 매년 학살된 민간인의 위령제는 사천시 사남면 심방길 144 '사천왕사'에 위패를 모셔 놓고 올리고 있다. 사천유족회장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2021년 6월 25일 진주위령제 행사를 초전공원 위령탑에서 실시했다. 필자도 위령제에 참석했다. 이제는 진주 유족분들과는 포옹도 할 정도로 편하게 지낸다. 귀빈 소개에서 사천유족회장님을 유심히 보고 있다가 행사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이봉환 어르신의 연락처를 받았다.며칠 후 이봉환 유족께 전화를 드렸다. 잠시 소개도 제대로 하기 전에 몇 마디 듣지도 않고 화를 벌컥 내시면서 전화기 속에서는 뚜뚜뚜 소리만 들린다. 사실 필자는 항상 유족과 통화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고 긴장된다. 72여 년간 유족들의 상흔을 들추는 일이기에 미안하고 또 죄송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가 끊기고 말았다.

삼천포 벌리동에 거주하고 계시는 이봉환 어르신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키가 훌쩍 큰 분이 모자에 지팡이를 짚으면서 걸어오신다. 인사를 가볍게 하고 필자의 차에 모셨다."어르신 상처를 다시 되새기게 해서 미안합니다. 세 곳 중 어디부터 먼저 가실까요?"질매섬은 경남 고성군 하일면 춘암리에 속한 무인도로 사량도와 하일면 사이에 있는 섬이다. 질매섬에서 학살당한 사람은 300여 명으로 추정한다. 질매란 길마의 사투리다. 길마는 소나 말 위에 얹는 안장같이 생겼다고 하여 길마, 즉 마안도이라고 한다. 옛적에는 사람이 살았고 거주 당시 평평하게 일궈놓은 밭도 있었다. 학살은 그곳과 모래톱에서 자행됐다.

질매섬을 자세히 보면 섬 둘레에 하얀 모래톱이 형성돼 있다. 이것은 물살이 세다는 뜻이다. 겉으로 바라보니 아름답기 그지없는 섬이지만 이런 곳이 학살지라니 가슴이 아프다. 왜 질매섬을 학살지로 선택했는지 궁금했는데 어르신이 말씀하신다."이곳은 물살이 아주 센 곳이야! 그리고 뱀이 많이 서식했어." 역시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학살 만행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악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한국전쟁 당시 맏형 이연조씨가 동네 구장이었던 이○○씨의 상해죄 고발로 삼천포 남양지서로 끌려갔는데, 이후 보도연맹원으로 둔갑돼 삼천포경찰서에서 노산공원으로 끌려가서 학살당했어요.""맏형은 삼천포 일출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으로 유학 가서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북해도 와니시 제철공장 지배인으로 지내다가 1949년 2월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해 4월에 곧바로 결혼하고 이듬해인 1950년 음력 6월에 끌려갔어요.

잘록한 곳으로 배를 정박하고 도착한 어머니와 머슴은 시신이 얽히고설켜 검붉은 핏속을 뒤지면서 18구 정도를 찾았지만, 형은 없었어요. 밀물 때라 물이 허리까지 찼고 해는 저물었습니다. 어머니는 '이 자식아 꿈에라도 네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라'하면서 통곡하셨는데 망연자실한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어제같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덧붙이는 글 | 김영희/ 한국전쟁 창원유족회 유해발굴 조사단장·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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