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진 | 이화여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소장 현시점 우리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정서적 양극화’라는 용어로 정리된다. 이념적, 정책적 차이에 기반한 양극화와 달리 정서적 양극화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인 집단논리로 정치적 대상을 구
정의당과 경실련 등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현시점 우리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정서적 양극화’라는 용어로 정리된다. 이념적, 정책적 차이에 기반한 양극화와 달리 정서적 양극화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인 집단논리로 정치적 대상을 구분하고 상대방을 타자화함으로써 극단적인 정파적 갈등이 유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정당 간 갈등은 이념이나 정책적인 내용의 차이에 기반하기보다는 ‘내집단’에 대한 무비판적 호의와 ‘외집단’에 대한 맹목적 반감에 따라 형성된다. 작금에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란은 양극화로 정당 간 갈등이 극대화되어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황 속에서도 이에 줄곧 비판적이었던 국민의힘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조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극심한 당파적 갈등의 시대 속에서 실로 아이러니해 보이는 현상이다.
초당적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금투세 폐지 주장은 우리의 정파적 양극화가 더 이상 이념과 정책적 차이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애초에 금투세 도입은 문재인 정부 시기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었다. 과세 형평성과 세원 확대를 위해 5천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투세는 2020년 6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여 2023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시행을 앞둔 금투세의 도입을 금융시장 위축을 이유로 2년간 유예하였고, 유예기간 종료가 임박한 2024년 11월4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공개적으로 동의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금투세를 둘러싼 세부적인 논란을 차치하고 이러한 상황 전개는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의 입장 선회에 따른 것이다.금투세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현실에서 이의 완화를 위한 방편으로 그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만일 지금의 예상과 같이 금투세 도입이 좌절된다면 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이재명 대표를 위시한 민주당이 져야 한다. 정당의 정책적 입장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금투세 도입의 배경인 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세원 확보 필요성이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었던 시기에 비해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의 도입 폐지에 동조하는 민주당의 정책 입장 선회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오히려 민주당의 선회는 그간 국민의힘을 기득권 정당으로 비판하고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으로 내세웠던 것이 외적인 포장에 불과한 것임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선거를 기제로 한 현재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지지 유권자들에 대한 약속을 책임감 있게 이행함으로써 신뢰를 얻는다. 정당의 정책 입장은 유권자들에 대한 약속이며 약속을 어길 때에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금투세 도입을 둘러싼 민주당의 입장 선회는 그러한 과정이 미비한 채 충분한 설명 없이 그간 기득권 정당으로 비판하던 국민의힘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신뢰를 잃은 정당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마련이며, 선거의 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책임감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민주당이 애초에 금투세 도입을 주장했던 원칙을 되새기고 폐지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단독]이재명, 금투세 폐지 놓고도 ‘내우외환’···야4당·시민사회 폐지 반대 간담회조국혁신당 등 야4당과 시민사회가 오는 20일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반대 간담회를 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금투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진우칼럼] 금투세 다음은 상속세다금투세 폐지에 개미 투자자 '박수'상속세도 서민생활 곳곳에 악영향만성질환처럼 민생에 합병증 심각정부·정치권 획기적 개선 서둘러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일문일답] 김병환 '국회, 금투세 조속히 폐지 결정해달라'(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오지은 기자=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조속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금투세 증시 폭락설’에 전문가들 “무지한 의원들 막말…영향 미미 입증”금투세 도입·유예 당시 코스피 추세 유지…손익통산 범위 확대로 합리성 제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27개 중 16개 '금투세 도입'에 부정적'(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내달 국회에서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의 위탁운용사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TSMC 신화 만든 ‘대만의 결단’…온 국민 옥죄는 ‘망국적 상속세’ 뜯어고칠 골든타임 [이진우 칼럼]금투세 폐지에 개미 투자자 ‘박수’ 상속세도 서민생활 곳곳에 악영향 만성질환처럼 민생에 합병증 심각 정부,정치권 획기적 개선 서둘러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