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에에에~앰' 세종보 천막농성장 주변을 가득 메운 매미소리. 절기가 또 바뀌었다. 초복을 지나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언저리다. 장마 때문에 잠시 주춤한 듯 보이지만, 비가 그치면 더위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할 것이다. 한두리대교 밑 농성장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도심만큼 덥지는 않을테지만 바람을 ...
세종보 천막농성장 주변을 가득 메운 매미소리. 절기가 또 바뀌었다. 초복을 지나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언저리다. 장마 때문에 잠시 주춤한 듯 보이지만, 비가 그치면 더위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할 것이다. 한두리대교 밑 농성장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도심만큼 덥지는 않을테지만 바람을 한 줌 움켜잡아서 짜내면 물이 한 움큼씩 나올 듯 습하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새소리와 거세게 황톳빛으로 흐르는 금강을 보며 한숨을 돌린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할 비로소 찾아오는 마음의 평화. 이런 불안한 밤을 지새우면서 80일 넘게 금강을 지켜왔다. 강이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달려온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매일 하루를 시작한다.지난 19일 저녁, 세종오월포럼에서 4대강 다큐멘터리 을 상영하고 김병기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임도훈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상황실장이 함께 참석해 천막농성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아직 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분들이 있기에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석한 자리였다.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시민과 행정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세종시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세종보 하나라도 철거한 뒤 강의 자연성 회복에 대해 말하고 이를 '자연친화 도시'로 내세웠다면 세종시는 그깟 오리배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얻었을 것이다. 지난 20일 밤, 늦은 시간인데도 딸과 함께 한두리대교 아래를 찾은 아빠를 만났다. 딸은 자전거 타기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갈 준비를 하다가 다시 연습을 시작한다. 천막농성장에 다가와 바람이 세서 텐트가 괜찮겠냐고 물었다. 바로 앞에 파크골프장 안내 현수막 윗선까지 물이 차올랐다고 하니 놀란다.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그 마음이 따뜻하다.
이렇듯 금강이 만남의 광장인 건 생태계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악취가 풍기는 강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혼자, 아이들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는 공간이다. 세종보에 물을 가둬 이곳을 접근금지의 땅으로 만드는 것은 이런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깨는 일이다. 수문 닫는데 골몰한 환경부와 세종시는 도시의 강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알고 있을까?꾀꼬리 한 마리가 다리 밑으로 들어가더니 나오지를 못하고 몇 시간 동안 애가 타도록 운다. 아마 부모를 부르는 것 같은데 따로 오지는 않고 서로 우는 소리만 주고받는다. 어찌 된 사연인가 궁금했지만 새들의 일을 사람이 알 리가 없으니 답답했다. 다시 아침이 되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행히 용기를 내서 부모 새들이 있는 자리로 찾아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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