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운 | 부산 엠비시 피디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는 일엔 용기가 필요했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댄이 그레타에게 했던 말처럼, 누군가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에 대해서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소심한 나는 타인과 깊게 연결되고 싶으면서도, 늘 나를 보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는 일엔 용기가 필요했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댄이 그레타에게 했던 말처럼, 누군가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에 대해서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소심한 나는 타인과 깊게 연결되고 싶으면서도, 늘 나를 보여주는 일이 두려웠다.
‘헐. 이거 뭔데?’ 친구가 감탄사를 터뜨리면 가슴이 쿵쾅거렸다. ‘커린 베일리 레이라고, 데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야, 짱이제, 맞제?’ 기다렸다는 듯 애정을 고백하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친구도 좋아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내 음악 취향이 꽤 쓸 만하단 걸, 내가 좀 괜찮은 애라는 걸 인정받은 것만 같아 기뻤다. 그저 음악을 함께 들어줬을 뿐인데도.혼자 듣던 음악을 함께 들을 때면 매일 보는 교실이며 학교 운동장이 이상하게 특별해 보였다. 그때로부터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우연히 그 음악을 들을 때면 노래가 흘러나오는 조그만 스노 글로브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희뿌연 유리 벽 너머엔 교복을 입고 친구와 줄 달린 이어폰을 나눠 낀 어린 내가 상기된 얼굴로 웃고 있다.
시월의 선선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후끈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어떤 사람은 그만의 스노 글로브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고, 피닉스의 음악을 처음 듣는 것 같은 솜털이 보송한 누군가는 이 순간을 자신만의 스노 글로브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들과 함께 뛰고 있는 오늘의 나를 스노 글로브 너머로 보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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