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언론의 익명보도 관행은 어제오늘 지적된 게 아니다. 무절제한 ‘관계자’ 인용이 언론 정파성을 강화하고 검찰 의존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수년째 반복되지만 아직 현장은 그만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 기자들은 실명보도에 대한 구조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언론뿐 아니라 사회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언론의 취약한 사회적 지위 등 익명보도 근절은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세월호 참사 당시 익명을 인용한 대형 오보로 언론의 관행적 익명 사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참사
국내언론의 익명보도 관행은 어제오늘 지적된 게 아니다. 무절제한 ‘관계자’ 인용이 언론 정파성을 강화하고 검찰 의존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수년째 반복되지만 아직 현장은 그만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 기자들은 실명보도에 대한 구조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언론뿐 아니라 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취약한 사회적 지위 등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익명보도 문제가 단순 신뢰 위기를 넘어선다고 말한다. 각 언론이 정파적 목적으로 여론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외신은 익명 사용 시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려 노력한다. 하지만 국내 기사에선 익명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언론이 취향껏 발언을 발췌해 왜곡해도 문제가 없다. 그 멘트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취재원이 구해지지 않아 한 인물을 두 인물인 것처럼 묘사하고, 기사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업계 관계자를 검찰 관계자로 바꿨다는 기자들의 고백이 이어진다. 외신기자들은 국내언론의 익명 현황을 보면 놀라움을 표한다. 한국이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할 정도다. 최상훈 NYT 서울지국장은 지난해 한겨레 포럼에서 “한국은 정말 익명성 보도가 너무 많다. 더 이상한 것은 익명이 어떤 익명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당국자가 말했다는 것이 당국자가 길을 가다가 복도에서 한 마디 던진 것인지, 브리핑으로 전달한 것인지 아무 정보가 없다”며 “그 차이는 정말 크다. 실명으로 말할 때 편파적인 이야기를 그렇게 대놓고 할 수 있을까 또는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고 말했다.현장에선 조금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기자 개인이 실명으로 보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도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 문화 탓에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익명 관행이 만연하고 출입처 문화가 있는 국내언론 환경에서 홀로 실명을 쓰면 향후 취재가 불가능해진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5일과 16일, 기자 5명을 인터뷰한 결과 공통적으로 ‘환경’을 익명보도의 첫째 이유로 꼽았다.
최상훈 YTN 서울지국장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국은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원칙이 전제로 깔려 있다. 얼굴, 실명이 나왔을 때도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인식이 덜하다”며 “초상권 보호 요청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뉴스룸 차원에서 깊이 고심한 뒤에 결정한다. 한국은 사진을 내리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이 비교적 잦은 느낌”이라고 말했다.포털의 등장으로 모든 언론사의 기사수 자체가 많아진 요인도 있다. 류석우 한겨레21 기자는 통화에서 “사실 시간을 일주일, 한 달씩 주고 실명보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하면 대부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처리해야 하는 기사와 마감이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말했고 A기자는 “현장 기자들은 항상 기사를 빨리 쓰라는 압박을 받는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인격권 관련해서도 법적으로 취약하다. 미국은 크게 인격권 개념을 명예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 인간적 권리로 나누지만 한국은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 등 세분화 시킨다”며 “언론이 회사의 비리를 고발해도 회사가 사실은 인정하지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한다. 이미 대중이 누구인지 알아도 A회사, B회사, 정치인도 A의원, B의원으로 바뀐다”고 말했다.익명 보도로 인한 각종 문제가 드러난 지금, 신뢰 위기의 1차 책임은 물론 언론에 있다.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님에도 과도하게 익명을 쓰는 관행과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당 관계자, 검찰 관계자 등을 모두 허용해주는 실태를 지적한다. 단순 통계로만 봐도 너무 많아 뉴스룸에서 익명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다.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유명무실한 가운데 언론을 향한 대중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언론 홀로 변화할 수는 없다. 저널리즘에 대한 중요성을 사회가 인정해주고 함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석태 교수는 “법적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여론에서도 한국언론은 취약하다. 외신과 똑같은 행위를 해도 CNN은 기자, 내신은 ‘기레기’ 딱지가 붙는다”며 “사회적으로 언론에 대한 존중이 외국과 다른 느낌이 있다. 헌재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언론에 대한 여론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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