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커버스토리 광주 이주민 인권 포럼 한국 남성과 결혼한 25명 등 한자리 모여 생존·존엄할 권리 이야기 ‘돈으로 결혼’ 편견…“결혼정보업체서 점수 매겨 상품화하는 게 매매혼” “관계·소통·일자리·정보접근성·시가의 지지…” 갇혔던 말들에 공감 충만
“관계·소통·일자리·정보접근성·시가의 지지…” 갇혔던 말들에 공감 충만 지난달 31일 광주 동구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에서 ‘빵과 장미-생존할 권리와 존엄할 권리’를 주제로 열린 제2회 광주이주민인권포럼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평화’라고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31일 저녁 광주광역시 동구 예술의 거리. 해가 짧아진 탓에 7시가 채 안 됐는데 어둠이 내려앉았다. 행인이 드물어 적막감이 돌던 골목의 작은 건물 2층에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약 40평 넓이의 탁 트인 공간이 금세 반가운 인사와 수다로 가득 찼다. 대부분 우리말이었지만 몇몇 사람은 외국어를 썼다. 서로 알던 사람도 있었고 처음 만나는 사람도 많았다. 광주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마련한 ‘광주 이주민 인권 포럼’ 자리였다.
지난달 31일 광주 동구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에서 ‘빵과 장미- 생존할 권리와 존엄할 권리’를 주제로 열린 제2회 광주이주민인권포럼에서 정혜실씨가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경기도 안산의 공동체 라디오 ‘단원 에프엠’의 정혜실 본부장이 40분가량 주제 발표를 했다. 노동과 체류 자격, 노조 할 권리, 예술 할 권리, 목소리를 낼 권리,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 이주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정치할 권리 등을 설명했다. 발표나 강의라기보다 사례와 경험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격려하며 공감을 나누는 이야기보따리였다. 그는 앞서 지난 9월 자신의 이주민 인권 활동 경험을 담은 ‘우리 안의 인종주의’라는 책을 막 출간한 참이었다.
“그런데 국제결혼을 하고 나니 힘든 게 너무 많았어요. 제도가 미비했던 거죠. 한국에 온 이주 여성들은 더 힘들죠. 그래도 점차 시민단체들과 연대가 싹트고, 이주 여성들도 ‘내가 선택해서 왔다’, ‘내 삶을 다른 세계에 가서 개척하는 도전이다’라는 주체적 능동적 생각으로 바뀌어 왔어요.” 다시 ‘아~’ 나지막한 탄성이 화음처럼 울렸다.결혼 이주 여성들이 정혜실 단원에프엠 본부장의 주제 발표를 들으며 내용을 앱으로 번역하거나 메모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정혜실이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 실태와 그에 맞선 권리 투쟁의 사례들을 말할 때도 참가자들은 숨을 죽였다.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메모했다. 취업과 노동권은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도 절박한 관심거리였다. “차별이 있다면 개선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나를 무시하는 거잖아요. 누군가는 그걸 싸워야 할 문제로 보고 싸웠어요.
“일자리가 중요해요.” “사람과의 관계.” “내가 자발적으로 탐색해야 해요. 그러면 보장된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공평한 의료 혜택이요.” “내가 가진 능력을 어디서든 펼칠 수 있어야죠.” “저는 한국말 안 잘해요. 이민 여성들이 한국 와서 경제 문제 많아요. 음음… 어떻게 말해야지? 한국말 어려워요. 우리 신랑이 술·담배 줄이면 좋겠어요.”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생존하기 위해 의식주는 일차원적이에요. 정보 접근성이 중요해요.” “미등록 친구들이 한국어 배우고 싶어도 어디서 배우는지 몰라요.” “안전한 업무 환경이요.” “ 정규직·계약직 있는데,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줬으면 좋겠어요.” “존엄이라는 말 어려워요.” “존엄할 권리는 나다운 것, 사람다운 것을 말해요.” “다른 사람이 저를 인정하는 것이죠.” “자존감,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중요해요.” “평등. 위계를 짓지 않는 것이요.” “나부터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이날 포럼의 마무리는 모든 참가자가 포럼에서 느낀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잠시 생각한 뒤 차례로 나오기 시작한 낱말들은 따뜻하고 충만했다. 또 겹치는 낱말이 거의 없을 만큼 다양했다. 설렘. 가벼움. 신기하다! 존중. 평등하다. 가치. 깨달았다. 서로 달라서 좋다. 후회하지 않는다. 잘한 선택. 성장. 관심. 도움 됐어요. 원더풀! 공감. 목소리. 희망. 성찰. 잘 왔다. 뿌듯하다. 소중하다. 보름달. 과정. 재밌다. 맛있다. 맘에 들었다. 생. 나. 기회. 따뜻함. 공감. 고맙습니다…. 맨 마지막에 나온 단어는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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