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화병으로 망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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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화병으로 망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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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0대 여성을 위한 콘텐츠, 갱년기를 극복하고 갱생기를 맞이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완경(폐경)을 앞두고 있거나, 경험한 40~60살 여성(feat. 남성 포함)을 위한 한겨레만의 콘텐츠입니다. 갱년기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49살 김미영 기자의 생생한 체험담과 함께 여러분의 갱년기 를 ‘갱생기’로 바꿔줄 각종 방법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격주 수요일 오전 11시 찾아뵙겠습니다.글을 쓰는 지금 17일 화요일 밤, 나도 모르게 MBC ‘PD수첩’이 방송되는 텔레비전으로 시선이 가네요. 유독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12월3일 밤 “야! 일어나. 난리 났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어. 미친X.”이라며 다급하게 깨우는 남편의 목소리에 “뭔 소리야?” 정신이 바짝 들어 잠에서 깬 그날 이후 정확히 보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네요.대한민국, 그리고 나름(?) 평온했던 나의 일상은 보름 전 그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날들이 되어 버렸네요. ‘계엄’ ‘탄핵’ ‘내란’ ‘쿠데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2024년 12월 아무렇지 않게 입밖으로 튀어나오고, 신문과 방송 뉴스를 도배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행복해야 할 연말연시, 제 심리상태는 내란과 탄핵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더 멘붕, 한마디로 망가져 버렸어요. 그렇지 않아도 일상에서 차고넘쳤던 ‘화’에 더해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12월14일 국회 탄핵안 통과 이후 ‘윤석열 아웃’이 되리라는 안도감에 잠시 마음이 평안해졌으나, 내란죄 수사와 재판 비협조적인 윤석열 대통령과 탄핵 재판 지연 꼼수를 부리는 국민의힘 탓에 ‘화’가 더 치밀어오르네요.쌩뚱맞게 계엄과 탄핵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요즘 제 마음 상태가 비정상이고, ‘화 난’ 상태이며, ‘화병’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함이었어요. 솔직히 제 마흔아홉해의 삶은 ‘화병’과 더불어 살아온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삼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K-장녀’라는 책임·의무·희생을 강요받는 압박감에 짓눌린 현실(지금도 ing). 결혼 이후에는 자녀 셋 출산과 육아·교육(지원)을 20년째 병행하는 직장맘으로 팍팍한 일상을 살아왔지요. 직장인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낙제점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하다 보니 항상 피해의식과 자괴감에 젖어 있고요. 답답하고 우울하지만, 경제적·정서적으로 (내가) 가족들의 기댈 곳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내색하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정작 힘든 현실을 털어놓을 곳도 없고요. 딸, 아내, 엄마 노릇을 하느라 내 감정과 화를 추스리기는커녕 감추고 숨기기에만 급급하다가, 갱년기까지 겹치면서 ‘화병’이 최고조 상태에 이르렀거든요. 가끔 미친 사람처럼 큰소리를 내어 감정을 폭발시키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이런 내 고충과 속내를 알아주기는커녕 당연한 걸 하면서 ‘왜 그러냐’고 타박하거나, ‘짜증 좀 그만 내라’고 짜증내며 화를 더 부추기는 ‘남(의)편’.(feat. 아니, 왜 남편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꾸 집안일에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럴 시간 있으면, 남은 10년 퇴직 이후 경제적 자립이나 준비할 것이지요.)ep3. 중년 여성의 ‘화병’은 어쩌면 당연해요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상황이 생겼음에도, 제때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면 누구나 ‘화병’이 생길 수 있어요. 화병(Hwa-byung)이란 오랫동안 참았던 울화, 분노, 억울함, 절망감, 공허함 등의 부정적 정서가 쌓여 있다가 나이가 들고, 정신적·신체적으로 약해져 더이상 억누를 수 없을 때 폭발하면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한국인 고유의 질병이에요. 미국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화병은 분노를 억제하고 절제하는 억압 문화에서 발생한다고 서술하고 있어요. 저같은 갱년기 중년 여성들이 남편 또는 시댁과의 불화, 자녀 문제, 경제 문제, 건강, 외로움과 자괴감, 스트레스, 트라우마, 우울감 등의 이유로 화병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화 내고 싶어도 화를 낼 수 없는 현실. 분노를 마음속으로 삭여야 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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