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국악 모두가 꿈꾼 미래를 현실로 만들다 [진옥섭 풍류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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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국악 모두가 꿈꾼 미래를 현실로 만들다 [진옥섭 풍류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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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등장한 1990년대는 어른들이 노래를 등지고 앉은 때였다. 댄스와 립싱크가 공중파 방송의 기본이 되었을 때,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나타났다. 국악적인 리듬감, 재즈풍의 창법, 삶을 보듬는 노랫말을 갖추었다. 그렇게 그간 가요와 국악 모두가 꾼 꿈을 현

실로 만들어 버렸다.1994년 10월 서울놀이마당. 허리가 굽은 노 명인이 황급히 달려와 춤을 추었다. 차가 막혀 한 시간이나 늦어 판이 끝나는 때였다. 의상을 갖출 틈도 없이 양복을 입은 채 팔을 들었다. 주전 악사가 떠나버려 당황스러운 상황, “태평소 가져왔어요?” 구경꾼이던 한 사람이 보결선수로 나섰다. 언제나 연주할 태세로 판을 돌았으니,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3층은 아니라는 안도감으로 2층 끝 객석에 앉았다. 아득히 먼 무대에 그가 다듬잇살 잘 오른 두루마기로 나섰다. ‘아! 그이일런가’, 마른자리에선 풀풀 먼지 속에서, 진자리에선 푹푹 발이 빠지며 태평소를 불던 그이란 말인가. 찔레꽃부터 저 아래 1층부터 웅숭깊은 박수 소리가 올라왔다. “오늘 전 정말 호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봄비’와 ‘동백 아가씨’를 앞두고 말했다. “저 이 노래 30년 불렀어유.” 이내 목젖이 쏟아져 나올 고음으로 잊지 못할 꿈을 노래했다.장사익은 초등학생 때 웅변으로 목을 닦았다. 중·고등학생 시절 소풍을 가면 가수가 따로 없었다. 취직 후, 가요학원에 월급을 꼬박 바치며 3년을 착실히 다졌다. 대망의 첫 곡 ‘대답이 없네’, 제목이 그래선지 섭외가 없었다. 다만 조국의 부름이 있었고, 덕분에 31사단 문선대의 ‘봄비 아저씨’가 되었다. 전역 후, 통과해야 할 15개의 직업이 촘촘히 늘어서 있었다.

“나는 진짜 장사익이 되고 싶어.” 그저 가수일 뿐인데, 사람들의 평가와 기대가 부풀어갔다. 실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아니라 손사래 치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데뷔 초, 전북 전주에서 ‘장사익 소리판’을 벌였다. 한참을 듣고 있던 노인들이 “그럼 소리는 언제 하는 것이여?” 했다. 소리의 본향 전주니, 소리라니 당연히 판소리로 알고 온 거였다. 그의 소리는 분명 전통 소리가 아니다. 철저히 유행가 기반의 창법으로 하는 노래다. 그러나 유행가 기반일 뿐이지 노래의 결이 달라 국악 쪽이라 보는 거다. 판소리가 붓으로 글씨를 쓴다면 장사익의 소리는 펜으로 붓글씨를 쓴다. 얇고 날카로운 선들을 수없이 그어 한 획의 두께를 만들어간다. 공연이란 한두 글자를 쓰는 게 아니라 8폭 병풍을 쳐야 하는 일. 그러니 노벨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말한 “바늘로 우물을 파는 일”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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