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돈맛에 휘둘렸다'…전우원이 폭로 결심한 2022년 그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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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죄인'이라던 그... 어쩌다 폭로를 결심하게 됐을까요? 직접 물었습니다. 전우원 인터뷰 월간중앙

“가족들에 대한 처벌 원치 않아…다만 위법과 불의를 멈추시라 말하고 싶어”지난 3월 13일,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의 얼굴이 국내 신문과 방송을 가득 채웠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할아버지에 대한 비난 글을 올리고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전씨 일가를 둘러싼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 후손이 자신의 친할아버지를 ‘5·18 학살자’라고 비난하자 언론은 흥분했다. 피를 부정하는 서사는 매혹적이었다. 미국에 있던 특파원과 기자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줄줄이 뉴욕으로 향했고, 국내 기자들은 귀국을 준비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공항에서 24시간 대기했다.

우원씨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인 2월 중순, 기자는 그의 행적에 대해 간접적으로 접한 적이 있었다. 국내에서 일하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출장 중인 한 타투이스트와의 전화통화에서였다. 그 타투이스트는 당시 한국인 남성에게 십자가 타투를 해줬는데, 그가 유독 인상에 남았다고 말했다. “그게 누군데?”라고 묻자, 타투이스트는 그가 실명을 밝히지 않아서 이름은 모르겠다고 했다. 대신 그는 자신을 ‘몰락한 가문의 후손’이라고 밝혔고, 자기 가문의 죄를 알고 있으며 그로 인해 혜택을 받은 자신도 죄인이니 ‘언젠가 모두 폭로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방송을 통해 귀국하는 우원씨의 모습을 보고 왠지 기시감이 들어 해당 타투이스트에 확인한 결과 동일 인물이 맞았다. 그런 배경을 놓고 보면 그가 단순히 돌발적으로 이번 폭로를 결심한 것은 아닐 거라는 판단이 섰다.

“저는 범죄자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 사회에서는 마약을 한 공인 대부분이 사회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는데, 저는 오히려 그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은 조명을 받았다. 제 입에서 나오는 얘기가 신빙성이 없다며 ‘듣지 말아라’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제가 5·18 피해자들에게 사죄한 것만으로도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고 광주 시민들이 넓은 마음으로 저를 안아주셨다. 그 모든 과정이 감사했다.”“피해자 유족들은 소중한 가족을 잃고 삶이 망가지고, 지옥 같은 삶을 사셨을 텐데… 정작 그들을 그렇게 만든 내 할아버지는 그에 대해 생전에 아무 말씀이 없었다. 후손들도 똑같은 입장이었다. 저로서는 그저 죄송하고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한 분이라도 더 마음을 풀어드릴까 고민하고 있다.”“할아버지는 살인자이고, 비자금도 착복했다. 나라의 민주주의를 역행시켰다. 그런 할아버지의 후광으로 저는 살아왔다. 일가의 재산으로 제 스펙을 만들었고 몇 억원을 벌었다.

“원래는 같이 연락하고 제가 한국에 들르면 동생들에게 선물도 주고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교류가 없다. 동생들은 죄가 없다. 부친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 또 이번에 제가 나와서 하는 걸 보면 앞으로 고생할 것이다.”우원씨는 2017년 5월 제대 후 미국으로 출국해 2020년 1월 회계법인 EY-파르테논에 입사한다. 전 세계에서 빅4로 불리는 회계법인으로, 그는 M&A 합병과 관련된 전략 컨설턴트를 맡았다. 당시 그가 20대 중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문대를 졸업하고 뉴욕에 거주하며 기업 고위직과 점심 약속을 잡는 게 주 업무인 월스트리트의 여피족을 연상시킨다.“투자 은행에서 인턴을 했는데 1년 차부터 애널리스트로 들어간다. 그쪽에선 한 2~3년을 해야 어쏘를 달 수 있다. 그런데 EY-파르테논에서는 들어가자마자 어쏘를 시켜줬다. 컨설턴트가 대하는 고객들이 대기업 사장들이라 급을 맞추기 위해 직함을 달아준 것이다. 일종의 업계 관례라고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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