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어디 출신이오? 영어로 하면 '웨얼 아 유 프롬 Where are you from?', 그러니까 나는 누구와 처음 만나 사귈 때는 출신지를 묻는 게 국제표준인 줄 알았지 뭔가. 자매품으로는 '하우 아 유 How are you?', 또 그에 대한 응답으로는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I'm fine, thank you. And you?'하고 근황을 나누는 것이 자연...
거 어디 출신이오? 영어로 하면"웨얼 아 유 프롬 Where are you from?", 그러니까 나는 누구와 처음 만나 사귈 때는 출신지를 묻는 게 국제표준인 줄 알았지 뭔가. 자매품으로는"하우 아 유 How are you?", 또 그에 대한 응답으로는"아임 파인 땡큐, 앤 유 I'm fine, thank you. And you?"하고 근황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어디선 필요한 질문이, 또 어디선 무례한 물음일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항만을 벗어나 비교적 균일한, 또 사람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에선 이와 같은 질문을 어리석거나 민감하게 여기는 이가 있었다. 항만과 여행지의 뜨내기들 사이에선 자연스러운 것이 전혀 다른 취급을 받는 민감함이라니. 그 미묘한 차이를 한국 영어 교과서는 어째서 알려주지 않았나.개인 간의 차이만큼, 실은 그보다 자주 각자가 살아온 문화권의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건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일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호구조사에 적극적인 문화권이 있고, 또 어떤 관점에선 너무할 만큼 저와 남의 신상을 교환하지 않는 문화권도 있었다. 그중 한국인의 감수성이란 어떠한 것일까. 불편에 민감하고 섬세하게 관계 맺기보다는 거침없이 정보를 나누고 효율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편에 가깝지는 않았나.
10년 전 나온 장강명의 동명 소설은 당대 한국사회 젊은이가 느끼는 열패감과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단 평가와 함께 큰 화제가 됐다. 시대와 사회에 대한 탁월한 분석이나 통찰이 담긴 소설은 못될지라도, 특정 세대에 상당한 공감을 일으킨 화제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영화화된 것이 장건재 연출, 고아성 주연의 영화 다. 번듯한 직장에다 다정하고 자상한 애인까지 있는 계나지만 그녀의 눈에 자신은 톰슨가젤일 뿐이다. 쫓아오는 사자를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뛴 끝에 겨우 하루씩 생을 연명하는. 그러나 어느 날은 마침내 죽으리라고, 사자의 이빨이 숨줄에 박힌 채로. 그러니 도망이라도 쳐보겠단 것이 계나의 결심이다.
또 소설이 보려 하지 않았던 바, 한국과 호주의 단순한 대비 너머 존재하는 진실에도 여전히 관심이 없다. 널리 퍼진 불안과 과도할 만큼 치열한 경쟁,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사회의 문제 또한 얼마 부각되지 않는다. 한국이 이룩한 성장의 과실들, 세계적 수준의 복지와 사회안전망, 외연적 성장을 통해 주어진 혜택 같은 것도 모두 무시된다.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감히 꿈꿀 수도 없었을 뉴질랜드로의 이민, 또 나이 든 부모에게서 멀리 떨어지고도 큰 걱정을 않을 수 있는 환경, 제가 받은 양질의 교육 같은 것은 영화가 비추는 계나의 고충에 비해 너무나도 당연한 것쯤으로 치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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