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고아성 출연 영화 ‘한국이 싫어서’
20대 후반의 계나는 뉴질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땅을 떠나 이민을 하려고 한다. 계나는 왜 이민을 결심했을까. 계나의 말을 빌려 두 마디로 대답하자면 그냥"한국이 싫어서"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영화 초반부터 '헬조선'을 비춘다. 회사 일보다 더 힘든 지옥철 타기, 미래와 행복이 보이지 않는 직장일 등 한국 사회에서 20대 청춘으로 살아가는 인물의 소소한 일상을 비춘다. 계나는 '헬조선'에서 도망치듯 뉴질랜드로 떠났지만, 막상 뉴질랜드에 도착했을 땐 한국의 삶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좋아하는 연하남을 만나 연애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그런다. 뉴질랜드에서 그나마 다른 게 있다면, 한국에선 겪어보지 못했을 인종차별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새로운 장벽은 전에 없던 경험을 안겨주기도 한다. 뉴질랜드에서 삶이 지속되면서 계나는 새로운 생각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한국인으로서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인의 계급·계층 마인드를 깨닫게 되거나, 다른 언어를 사용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고, 한국보다 더 적게 일하게 된 덕분인지 악기도 연주하고 그런다. 뉴질랜드에선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아마 한국에서 살았다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수확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삶이 교차되어, 비교하듯 지켜볼 수 있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연결되는 듯 분리된 두 나라의 삶은 '어떤 나라가 더 낫다'는 결과론적 판단보다 나의 삶은 현재 어떻고,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지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 계나가 동화책 '추위를 싫어한 펭귄'을 보면서, 자신은 배부르고 춥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뉴질랜드에서 문득문득 번져 나오는 계나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된다. 앞으로도 계나는 여러 장벽에 부딪힐 거다. 그러나 여러 시행착오 끝에 따뜻한 섬을 찾은 펭귄 파블로처럼 계나는 더이상 춥지 않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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