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만 은비를 키우는 게 아니라 은비도 저희를 성장하게 하고 있어요'\r강아지 반려견 TheJoongAngPlus
독자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내 새끼’에 얽힌 사연을 보내 주세요. 중앙일보 펫토그래퍼가 달려갑니다. 평생 간직할 순간을 찍어 액자에 담아 드립니다.당시 두 살이던 은비는 아빠의 지인에게 파양돼 개장수에게 넘겨졌던 강아지였어요. 그 전에 은비를 본 적이 있었던 아빠는 파양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개장수를 찾아갔대요. 여러 개와 함께 섞여 있던 은비는 아빠를 보자마자 꼬리를 막 흔들며 반겼고, 이 모습을 본 아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대요. 이 녀석을 데려가면 주보호자 역할을 아내와 둘이서 해야 할 게 불 보듯 뻔했지만, 딸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되겠다 싶었대요. 저희가 평소에 강아지를 키우자고 엄청 졸랐거든요.이후 은비에게 세 번의 큰 고비가 찾아왔어요.
2018년 기침이 잦아 병원을 가 보니 심장병 진단을 받았어요. 남은 수명이 2년 정도라는 시한부 통보도 받았죠. 슬퍼할 겨를도 없이 1년 뒤인 2019년엔 녹내장으로 인해 실명이 됐어요. 예상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큰 수술을 감행해야 할지 망설여졌죠. ‘나의 욕심이 외려 강아지에게 고통을 주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 은비를 위해 진지하게 안락사를 고려해 보라는 소견도 들었어요. 하지만 은비를 포기한다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고, 하루하루 약물로 버티는 은비에게 안구 적출이 최선임을 믿고 수술을 결심했어요. 수술 후 은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하고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갔어요. 걱정했던 것이 민망할 정도였죠. 알려준 적이 없는데도 한쪽 몸을 벽에 기대어 움직이며 집 구조를 외웠어요. 스스로 화장실도 다녀오고, 밥도 잘 먹고, 간식 냄새를 맡으면 꼬리를 흔들고 달려오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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