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KBS 모던코리아 팀에서 제작한 '한국 아파트의 역사'가 요약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시작한다. 영상이 끝나면 방에서 잠이 깬 민성이 창가로 걸어가 폐허가 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그에 대비되어 홀로 서 있는 황궁아파트의 전경이 부감으로 펼쳐진다. 이 오프닝은 가 일반적인 재난물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암시한다.평범한 재난물을 생각해 보자.
는 KBS 모던코리아 팀에서 제작한 '한국 아파트의 역사'가 요약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시작한다. 영상이 끝나면 방에서 잠이 깬 민성이 창가로 걸어가 폐허가 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그에 대비되어 홀로 서 있는 황궁아파트의 전경이 부감으로 펼쳐진다. 이 오프닝은 가 일반적인 재난물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암시한다.평범한 재난물을 생각해 보자. 오프닝에서는 앞으로 닥칠 재난을 모르는 주인공의 일상이 그려진다. 이후 재난을 경고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나오지만 의견이 묵살된다. 본격적으로 재난이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가 시작되고 그 후폭풍으로 다채로운 군상극이 펼쳐지며 혼란에 빠진다. 이때 갑자기 등장한 주인공의 영웅적인 행동 덕분에 위기를 극복한다.의 오프닝에서 일상도, 재난도 없이 아파트만 부각되는 건 영화에서 일상과 재난이 없다는 게 아니라 한국인에게는 아파트가 일상이자 재난이라는 의미다. 전용면적 34평 아파트는 아예 국민평수라고 불린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은 곧 '주민이 아니면 아파트에 거주할 수 없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 외부인을 숨겨줘도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게 아니라"잘못했습니다" 200번 외치는 것으로 죄가 탕감된다. 반면 모세범이 궁지에 몰리는 건 혜원을 절벽으로 집어 던져서가 아니라 가짜 신분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잔금을 치렀어도, 손에 피를 묻혀가며 주민들을 위해 노력했어도 등기가 되어있지 않다면 입주 자격은 박탈된다.영화를 가로지르는 '입주 자격'이라는 키워드는 주요 등장인물인 영탁-민성-명화-도균에 대한 분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에서 파렴치해서 공분을 사는 악인도, 눈부시게 빛나는 선인도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적당히 시시하고 이기적인 '평범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행동에 도덕을 대입한 선악의 리트머스는 다소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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