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건축주는 자기 앞마당에 펼쳐진 공사현장에 한 번 들르지 않았습니다.\r김동길 김옥길기념관 김인철 건축
지난달 5일 별세한 고 김동길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남긴 마지막 당부는 사회에 큰 울림을 안겼다. 장례식ㆍ추모식을 일체 생략하고, 시신은 연세대 의료원에 기증해 교육에 쓰게 하며, 집은 이화여대에 기증했다. 민주투사에서 보수 논객에 이르기까지 “이게 뭡니까”라며 거침없이 직언하던 김 교수다운 작별인사였다.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김옥길 기념관’에 조촐하게 차려졌다. 김 교수가 1947년부터 살아온 자택 앞마당에 지은 19평 작은 건물이었다. “300년 가는 집을 지었다”며 김 교수가 살아생전 아끼던 공간이다. 그는
이윽고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 교수가 정계 은퇴를 했을 때였다. 그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 창립한 ‘태평양시대위원회’의 사무용품비라도 마련하겠다며 집 마당에 찻집을 짓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리하여 갤러리를 겸한 찻집을 짓기로 의기투합했다. 설계비가 얼마냐는 김 교수의 질문에 건축가는 “그냥 1000만원만 주세요”라고 답했다. 지하가 있는 2층짜리 작은 건물의 설계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막연해 던진 말이었다. 김 교수가 즉각 말했다. “알았네. 계좌번호 써 주게.” 이것저것 따지는 게 없는 의뢰인이었다.다음날 설계비 전액인 1000만원이 입금됐다. 계약금 얼마가 입금될 줄 알았던 건축사무소 직원이 깜짝 놀랐다. 김 대표는 ‘통이 크신 분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설계를 시작했다. 설계안을 설명하기 위해 김 교수를 만난 어느 날의 풍경은 이랬다. 김 교수는 손사래부터 쳤다.“자네 마음에 들면 짓게.
선택했으면 끝까지 믿는다 공사비는 3.3㎡당 300만원으로, 총 2억원을 예상한다고 했더니, 김 교수는 역시나 따지지 않고 “알았네”라고 말했다. 한데 지하공사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터졌다. 마당 아래가 암반이었다. 주택가라 발파공사를 할 수 없어 일일이 쪼아내야 했다. 돌 깎는데 기존 공사비를 다 쓸 정도였고,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괴짜 건축주는 자기 앞마당에 펼쳐진 공사현장에 한 번 들르지 않았다. 아침에 운동 나가면서 휙, 퇴근길에도 휙 지나칠 뿐이었다.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처사에 건축가는 처음에는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그러다 지나가는 운전기사를 붙잡고 물었다.1997년 김동길 교수 자택 앞마당에 펼쳐진 공사현장. [사진 아르키움]건축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김 대표는 “나중에 댈 핑곗거리가 아무것도 없었다. 완전히 코 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사 기간이나 공사비가 부족해서, 건축주가 이상해서라고 댈 핑곗거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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