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나의 스승] 늘어나는 '수포자', 수능 위주 대입 정책 이대로 괜찮을까?
중간고사 전날 자습 시간, 다그치며 수학 공부하랬더니 채 10분도 못 버틴 준형이의 책상 위엔 역사책이 펼쳐져 있다. 그것도 교과서가 아닌, 제목조차 낯선 두툼한 역사 교양서다. '수포자'인 그에게 역사책을 읽는 건 공부이기보다는 취미이자 휴식이다.
지금 인문계고등학교에서 널리고 널린 게 그와 같은 '수포자'다. 수학 수업 중인 교실을 들여다보면, 그 수가 확연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수능을 코앞에 둔 고3의 경우엔 둘 중 한 명이, 갓 입학한 고1조차 세 명 중 한 명이 '수포자'라는 이야기가 교사들 사이에 공공연하다. 선다형 문항의 정답을 배분한 교사가 부진아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시험이 다섯 개 중 정답이 더 많은 번호로 찍은 아이가 '승자'가 되는 게임이라는 거다. 찍어서 점수가 더 높게 나온다면, 굳이 어렵사리 공부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할 지경이 됐다."당장 대학엘 갈 수 없으니 문제"라고 눙쳤지만, 하마터면 '네 말이 옳다'며 맞장구를 칠 뻔했다. 역사 공부를 놀이처럼 여기는 그의 머릿속에 당최 이해하지 못하는 수학 공식을 욱여넣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다. 대입의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목이지만, 적어도 그에겐 가성비 제로의 허망한 고역일 뿐이다.대입을 핑곗거리 삼아 그의 질문을 무찔러버리긴 했어도 뒤통수가 따가웠다. 역사를 전공하는 데 수학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활용되는지 묻는 그에게 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질 못했다.
천신만고 끝에 원하는 대학의 사학과에 진학했다. 수학에 발목이 잡히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아무튼 운이 좋았다.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이것이었다. 수험생활 내내 날 괴롭혔던 수학책과 문제집을 모두 갈기갈기 찢은 것! 애꿎은 책에다 분풀이한 셈이다. 나 역시 거의 '수포자'에 가까웠지만,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차라리 수학 공부할 시간에 고전을 탐독하거나 한자를 익혔다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입에서 고전이나 한문은 굳이 선택해 배울 필요가 없는 '기타 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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