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로 천도했다'는 문장에서 학생들이 헤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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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로 천도했다'는 문장에서 학생들이 헤매고 있어요 문해력_저하 성취기준 교육과정 비속어 줄임말 서부원 기자

오늘도 역사 수업을 하다가 교실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게 된다. 강의에 대한 이해는커녕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단어의 뜻조차 모르는 아이가 많아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질문이 나올 법도 한데, 우두커니 앉아 눈만 끔뻑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언뜻 가엾기까지 하다.

도읍지를 옮겼다는 뜻의 천도라는 단어조차 요즘 아이들에겐 낯선 모양이다. 뒤에 '하다'가 붙으니 동사일 것이라 짐작은 할 테지만, 의미는 별도로 알려줘야 했다. 아뿔싸. 백제의 도읍지인 사비가 부여의 옛 이름이라는 설명을 빼먹었더니, '사비로 천도했다'는 교과서 서술을 '개인 돈을 들여 도읍지를 옮겼다'고 이해하는 아이도 있었다.이쯤 되니 역사 수업인지 국어 수업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 국어사전을 교과서 곁에 두고 공부할 것을 강조했다. 그때는 찾는 단어 옆에 병기된 한자를 겸사겸사 눈에 익히도록 주문했다. 비록 쓸 줄은 모른다 해도, 한자 뜻을 알면 단어의 의미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상담하거나 그들끼리의 대화를 엿듣다 보면, 사용되는 단어의 종류가 단순하고 같은 말이 반복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나마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 관련 용어를 제외하면, 고작 단어 몇십 개를 조합해 일상생활 전부를 설명한다. 교과서 수준의 어휘를 썼다간 자칫 의사소통에 애를 먹을 수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줄임말이 양산되는 것도 난감한 문제다. 단어의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면야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굳이 줄일 필요가 있나 싶은 짧은 단어들조차 또래끼리의 암호처럼 줄여 사용하고 있다. 잠시 쓰이다 사라지는 과거의 비속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버카충, 컴사, 현타, 까비, 스카, 뻐정, 취존, 빠유, 오링... 아이들의 대화 속에 숱하게 오가는 단어들이다. 단문에다 워낙 문자 보내는 속도가 빠른 탓도 있지만,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무시로 튀어나와 그들의 단톡방 대화에 끼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때마다 아이들로부터"공부 좀 하셔야겠다"는 농담을 이따금 듣곤 한다.

대체 언제, 어떤 연유로 생겨났는지 불분명한 이런 신조어들이 소셜미디어를 넘어 수업과 시험이라는 울타리 안까지 치고 들어왔다. 질문에 대답할 때도, 보고서를 쓰거나 과제를 발표할 때도 속속 튀어나온다. 듣는 아이들 누구 하나 어색해하지 않는데, 오로지 나 같은 중년의 교사만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교과서 속 기본적인 단어의 의미조차 몰라서 진도 나가기가 버겁다고 꾸짖었더니, 한 아이가 말을 끊으며 이렇게 되받아쳤다. 평소 잘 쓰지도 않은 단어들을 교과서에 잔뜩 실어놔 내용 파악도 안 될뿐더러 공부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잃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관개, 도래, 여세, 천도 등의 '어려운' 단어가 역사 공부를 방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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