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 손을 잡고 있었는데, 점점 아래로 빨려 들어가 놓치고 말았어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만난 호주 국적 네이선씨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날 밤 이태원 골목 압사 현장의 맨 앞줄에서 참극을 목격했다. 3년 전 대학에서 만난 ‘절친’ A씨가 사람 더미에 눌려 죽어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봤다. 함께 있던 다른 친구 두 명은 지금도 생사조차 알 수 없다. 네이선씨는 “이 병원엔 친구가 없다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참극은 순식간이었다. 그는 “해밀톤호텔 골목에 들어섰을 때 이미 사람이 너무 많아 통제 불능 상태였다”면서 “몇 명씩 넘어지는 장면이 반복되다보니 사람들이 실타래처럼 엉켰다”고 회상했다.네이선씨는 앞쪽을 계속 밀어낸 골목 입구 쪽 사람들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사람들이 죽어간다!” “뒤로 가라!”고 수없이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미는 힘이 강해지자 가운데 낀 사람들은 점점 균형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5겹, 6겹으로 포개진 이들은 힘에 밀려 서로를 짓누르며 신음했다. 네이선씨는 “마치 ‘인간 젠가’를 보는 것 같았다”며 몸서리를 쳤다.
네이선씨는 겨우 탈출했지만, 친구들은 결국 골목의 맨 앞쪽에 깔렸다. 구조는 뒤쪽 사람들부터 한 명씩 들어내며 진행됐다. 이 때문에 친구들은 마지막까지 하중을 온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숨진 친구 시신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날 보러 호주에서 한국까지 와 준 친구인데…”한 끗 차이로 참사 현장을 피한 강모씨 역시 전날의 악몽이 생생하다. 시험을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3년 만에 찾은 이태원의 밤은 혼란 그 자체였다. 술집에서 나와 사고 골목 바로 윗길인 ‘세계음식거리’에 도착했을 때부터 꽉 막혀 있었다. 100m를 가는 데 40~50분이 걸릴 정도였다.
강씨와 여자친구를 사정없이 밀치던 뒤쪽 인파는 그저 ‘나가는 것’만 생각했다. 강씨는 “뒤에서 ‘아 좀 나갑시다’라고 소리치면서 계속 우리를 밀쳤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경찰이 통제를 하지 않으니 저항할 틈도 없이 사고 골목 근처까지 떠밀렸다”고 말했다. 다행히 강씨는 호텔 골목에 다다르기 직전 셀프 사진부스 인근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장장 50분을 기다리다 다른 탈출로를 찾을 수 있었다. 어찌어찌 음식거리에서 빠져나와 보니 길가엔 구급차가 가득했다. 그는 “그때 큰 사고가 벌어졌다는 걸 직감해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기사저장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꽉 낀 사람들…도미노처럼 쌓여 넘어졌다이런 끔찍한 참사가 벌어진 곳은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에 있는 골목입니다. 좁고 경사진 골목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이 상황에서 누군가 넘어진 뒤 연쇄적으로 겹겹이 쌓이며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지금 현재는 추정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가게 닫고 음악 꺼진 이태원…상인들 '결국 소상공인들 피해' | 중앙일보'사람이 죽었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결국 소상공인들이 피해 볼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r이태원 이태원사고 이태원참사 추모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가로폭 3m' 골목 앞뒤로 빽빽…도미노처럼 넘어졌다사고가 난 이곳 이태원의 골목은 굉장히 비좁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가로 3m에 불과한 좁은 골목에 앞뒤로 인파가 빽빽하게 들어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혼자 살아요' 했을 뿐인데 들을 이야기가 쏟아졌다'혼자 살아요' 했을 뿐인데 들을 이야기가 쏟아졌다 낼_모레_육십,_독립선언서 이정희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태원의 악몽…지역축제 안전관리 매뉴얼 해당 안 된다?‘2021년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는 기획 단계부터 시작 전, 진행 중, 사고 발생 시 등을 분류해 개최자, 지자체, 경찰 등의 역할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주최 측이 명확하지 않아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축제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난 '이태원의 밤'구조대원들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고,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가세해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을 압박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