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왜 해?” 물으신다면①]빨아 쓰던 마스크, 감시하는 CCTV…‘노조’ 해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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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왜 해?” 물으신다면①]빨아 쓰던 마스크, 감시하는 CCTV…‘노조’ 해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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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통해 ‘내 삶과 일터’를 바꾼 이들을 만났다. 청년들과 영세·미조직노동자 등 다양한 이들에게 노조 경험과 인식도 물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노동절 연설에서 미국인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노조는 노동자의 노동조건·복지를 끌어올리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기댈 수 있는 ‘일터의 반려’다. 헌법이 노조를 통해 구현되는 노동3권을 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 오전 7시쯤 공장에 출근하면서부터 원래 이름은 지워지고 모두 ‘아줌마’가 됐다. “아줌마! 여기 치워!” “이것 좀 옮겨 아줌마!” 기계 소리가 왕왕대는 3층 생산현장에서 관리자들은 소리치곤 했다. 하얀 위생모와 위생복을 입은 100여명의 ‘아줌마’들은 겉으로도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당시 ‘아줌마’들은 하루 10시간씩 주말도 없이 3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이었다. 일회용 위생모나 마스크 같은 소모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더 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2016년의 어느 날 권승미씨가 화장실에서 본 건 세면대에서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를 빨고 있는 동료의 뒷모습이었다.‘아줌마’들은 늘 위축돼 있었다. 의사소통 창구가 없던 시절이었고, 참다 참다 사무실에 말을 하면 찍혔다. 권씨도 2016년 어느 겨울날 곤욕을 치렀다. 규정상 2명이 하도록 돼 있는 작업을 1명에게 시킨다며 사무실에 따지고 다시 작업장에 오니 관리자들이 권씨를 둘러쌌다.

20명이 ‘노조’가 된 건 2019년 12월12일,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였다. 지회장은 권씨가 맡았다. 망설임 없이 가입원서를 낸 ‘언니’들도 직책을 하나씩 맡았다. 평생 ‘누구 엄마’ ‘아줌마’ 소리만 듣고 살아 온 이들이 ‘수석부지회장’ ‘문화부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려니 혀가 꼬였다.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 노동환경만큼 중요한 변화가 또 있다. 스스로 위축되고 ‘내 앞가림’만 생각하던 직원들이 끈끈하게 뭉친 것이다. 불평불만 대신 ‘우리 회사’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일하게 됐다고 권씨는 말했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아줌마’가 아니다. 노조 사무실 벽에는 조합원들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다. “함께 우산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 권씨가 생각하는 노조다.강원 강릉의 베어링 제조업체 신일정밀 작업장에는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36대의 폐쇄회로TV가 있었다. 임원들이 직원들의 작업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CCTV였다. 고된 작업 중 잠시 숨을 돌리면, 그 시간에 무얼 했는지 묻는 ‘문답서’가 날아왔다. 초시계를 든 사무직 관리자들이 현장 작업자 뒤에 서서 작업량과 시간을 체크했다.믿을 ‘신’에 한 ‘일’. ‘믿음이 제일’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지만 사측은 현장 직원들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213일간 계속된 파업이 끝나고도 노조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가 CCTV 설치 등을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하고 시민사회 압력까지 더해지자 사장은 결국 2022년 2월 회사를 팔고 떠났다.노조는 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와 새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직원들을 감시하던 CCTV를 모두 철거하고, 더럽고 위험한 공장 바닥에 새로 페인트를 칠했다. 환기용 자동창문도 설치했다. 양도 적고 야채만 나오던 구내식당 싸구려 식단은 이제 푸짐한 육류와 간식으로 바뀌었다.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노동환경이 개선되니 물량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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