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탄핵’을 넘어 광장을 넓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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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탄핵’을 넘어 광장을 넓히자
계엄폭로.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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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등장한 군인은 우리의 헌정이 무력에 의해 중단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선관위와 여론조사업체에 등장한 군인은 우리 사회에 암약...

국회에 등장한 군인은 우리의 헌정이 무력에 의해 중단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선관위와 여론조사업체에 등장한 군인은 우리 사회에 암약하던 온갖 음모들의 시민권 획득을 뜻했다. 계엄은 정치인의 말속에만 존재했어야 했다. 계엄의 실현으로 음모는 사회의 자기방어적 족쇄로부터 해방되었다. 이윽고 우리 사회 대표적 음모론자가 음모-계엄에 맞서기 위해 또 다른 음모를 들고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공적 발언권을 행사했다. 이미 열린 문 앞에 들어오지 못할 ‘사실’이란 없다. 음모와 의혹의 경계는 사라졌다. 계엄으로 우리가 쌓아온 사회적 합의와 기초, 합리성 세계는 큰 위기에 처했다.

시민들은 부정선거론에 잠식된 대통령의 직을 즉각 정지시켰지만, 앞으로 우린 음모-계엄의 대가를 무수히 치를 수밖에 없다. 가상세계에 머물렀어야 할 음모가 현실세계에 유통되고 실현되는 순간, 반민주적 극단주의자들은 봉기할 힘을 얻는다. 실제로 윤석열 담화는 그들을 직접 호명하며 ‘반국가 세력’에 맞설 것을 요청했다. 그런 이유로 선거부정-계엄은 머지않아 물리적 갈등을 동반한 내전의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 윤석열의 군대, ‘아스팔트-태극기’는 합리성 세계 바깥에서 대안 세계를 구축했고 기어이 다시 공적 무대에 등장했다. 부정선거론과 계엄을 옹호하는 극우의 귀환과 결집을 보며 민주 대 반민주 식의 거악과의 대결 구도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치·운동을 선악 간 대결로 바라보고 모든 것을 이항대립 구도로 구조화한 세계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음모-계엄 사태의 배경 중 하나라면?

이 세계 속 정치는 진리 대 진리의 대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는 탈정치화되거나 곧장 전쟁이 된다. 필연적으로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나 제3, 제4의 길을 억압하기 때문에 총력전으로 치닫는 경향을 띤다. 더군다나 전부 또는 전무로 귀결될 승자독식 룰은 총력전의 강도를 격화시킨다. 패배는 곧 몰락인 탓에 “선거에 패배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기초는 쉽게 위협받을 수 있다. 전쟁이 정치를 대체한 세계는 불복을 넘어 선거부정, 사법부정 등 음모의 세계와 친화적이다. 우린 이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불행히도 폭로와 징치의 시간, 검찰과 사법의 시간이다. 적과의 전쟁에 방해되거나 부수적인 것들은 또다시 ‘나중에’로 미뤄질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운동은 탄핵광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대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광장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두제, 승자독식 구조를 바꾸는 ‘제7공화국’ 개헌·개혁 논의도 잇따르고 있다. 여전히 안갯속 중과부적이지만, 전쟁 대신 우리가 택할 길은 의외로 분명하다. 1년 가까이 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인 구미의 노동자들, 계엄에 준하는 한파를 맞이할 홈리스, 탄핵 외 다른 목소리를 억압당했던 전장연 활동가들이 그 길을 더욱 선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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