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주씨가 근무하는 고려해운 항해사 500명 중 여성은 단 세 명이다. 일단 배에 오르면 꼼짝없이 6개월을 바다 위에서 보내야 한다. 승주씨는 이때 찾아오는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핀터뷰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을 만나봅니다.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며 주변에 영감을 주는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때로는 맵고 짜고, 때로는 순하고 부드럽기도 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승주씨는 왜 항해사가 됐을까. 항해사가 꿈이었냐는 질문에 승주씨는 “배에 관심도 없었고 이런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고 말했다. 입시 준비가 한창일때 승주씨의 오빠가 한국해양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고 취업이 잘 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여성 항해사는 몇명이나 될지 궁금했지만 관련 통계는 찾을 수 없었다. 해양수산부는 1984년부터 매년 국내 선원들의 근로실태를 조사한 ‘한국선원통계연보’를 발표하고 있지만 최근 공개된 ‘2020년 한국선원통계’에서도 여성 선원에 대한 조사는 담기지 않았다. 실제 배를 타고 있는 여성 항해사가 몇명인지도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남성 비율이 많은 업종의 특성상 남녀의 성비를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배에서 내리고 싶을 때는 후배들을 생각한다. “앞으로 여성 항해사에 대한 인식이나 시선들을 바꿔 나가는 게 저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계속 배를 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배를 타고 있는 것도 선배들이 잘해 왔기 때문에 여성 항해사를 한두명씩이라도 더 뽑고 늘려가는 추세인데, 내가 여기서 잘못하면 배가 적성에 맞는 여성 항해사들의 앞길을 막는 게 아닐까 싶어 악바리 정신으로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는 거 같아요.” ■때로는 외로워도 밤 하늘, 무지개, 돌고래는 내 친구 해야할 일이 있기에 시간은 흘러갔지만 외로움은 언제나 혼자있는 시간에 찾아온다. ‘혼자 있거나 아플때면 가족들과 떨어져서 나 혼자 있다는 생각에 자주 외로웠어요. 특히 중동 쪽에 있을 때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는 절망이었죠. 중요한 순간에 가족들과 같이 있지 못하는 현실에 한참을 울었어요.”
위험한 순간도 있지만 배를 탔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도 있다. 별들이 좁쌀처럼 뿌려진 밤 하늘, 망망대해에서 만난 무지개, 배와 함께 경주하듯 유영하는 돌고래가 그렇다. “배가 적도로 가면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남십자성자리와 센타우루스자리 등 남반구의 별자리를 볼 수 있어요. 시야를 가릴 것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무지개 다리를 통과할 때는 너무 황홀하죠. 멋진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제가 배를 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승주씨는 항해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안전”이라고 했다.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세월호 참사가 있었어요. 블랙아웃이 됐을 때 배의 구조를 잘 아는 우리도 막막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데, 그 안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책임감의 무게를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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