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올해 여든넷이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은 폐지를 계속 주우려고 해. 운동도 되고 다른 할 일도 없으니까. 허리가 이렇게 구부러졌어도 아직도 걸어다닐 수 있는 게 감사하지. 폐지 주워서 받는 돈은 소소하지만 내가 벌어서 쓰는 것이니 정말 위안이 돼.”
지난 1월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담은 수레를 끌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조희순 | 서울시 성북구, 폐지 수집 나는 1941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났고 해방 뒤에 부모님과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해. 난 그 기억이 없지만. 돌아와서는 부모님 고향인 경상북도 경주에서 언니 둘, 오빠 둘, 나, 남동생까지 6남매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 국민학교를 들어갔는데 몸이 약해서 학교만 가면 쓰러지는 거야. 무슨 병인지 알지도 못하고 계속 아파서 2학년도 마치지 못하고 그만뒀지. 그래서 내 이름자나 알지 한글을 읽고 쓰질 못해. 집에 드러누워만 있었는데 동네 교회 전도사가 집에 와서 교회를 다니면 나을 거라고 하는 거야. 그렇게 교회를 다닌 뒤로 건강하게 살게 됐지. 나이가 차도록 교회만 다녔고 결혼 생각도 없었고 전도사를 하고 싶었어. 스물세살인가 〇〇공동체에 들어갔어. 근데 나처럼 배운 게 없는 사람들은 노동일밖에 할 게 없더라고.
나는 서울 논현동에 있던 쌈밥집에서 주방일을 했어. 3년 정도 했는데 내가 신용불량자라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월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 나중에 그게 문제가 돼 그만뒀어. 그래도 그때 모은 돈으로 딸 시집가는데 좀 보태고 집 보증금 마련했지. 근데 쌈밥집에서 야채를 씻는데 허리가 너무 아픈 거야. 그때부터 허리가 구부러지기 시작했어. 식당일을 그만두고 파출부 생활을 하던 땐데 살던 빌라에서 유리창을 닦다가 2층에서 떨어졌어. 병원에서는 부러진 데가 없다고 해서 물리치료만 받고 나왔는데, 그 뒤로 허리가 계속 아프더니 점점 더 구부러지데. 폐지 줍는 일은 4년 전부터 시작했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어. 누구한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지도 않고 그냥 시작했지. 폐지를 모아서 고물상에 가져가니 받아주더라구. 그때는 파지값이 그래도 괜찮아서 2천~3천원 받았어. 요즘은 파지값이 내려가 같은 양을 가져가도 천원 정도나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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