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1970년대 수준조차 못 받아들이니, 어떻게 성교육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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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1970년대 수준조차 못 받아들이니, 어떻게 성교육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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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최연소 가해자는 12세이다. 지난해 경찰 발표를 보면 n번방 성착취 불법 영상 구매자 131명 중 20대가 104명, 10대가 7명이었다. ‘성교육의 실패’란 비판이 나온다. 이런 현실 앞에서 유아용 성교육 도서를 두고 제기된 ‘조기성애화’ 우려나 주장은 퇴행적이다.

지난해 말, 5개 초등학교 도서관에 책 134종이 들어왔다. 아동문학 작가와 평론가, 초등학교 교사가 1년간 기획·심사해 뽑은 책들이다. 몸과 성장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며, 차별과 편견을 깨는 내용이다. 134종은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어린이 성평등교육문화사업인 ‘나다움 어린이책’에 선정됐다. 최고 권위의 아동도서상인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도 들어갔다.

지난해 7월 서울시내 한 도서관 갤러리에서 ‘나다움 어린이책 전시회’가 열렸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한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은 지난해 자기긍정·다양성·공존을 주제로 한 국내외 우수 어린이책 134종을 선정해 5개 초등학교에 지원했다. 쌍투창작소 제공. 그래픽 | 성덕환 기자‘나다움 어린이책’ 회수는 책 7종이 다섯 개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사라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 보수단체의 항의에 순식간에 취소·후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회수 배경을 두고 “코로나19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회수 결정 전후 현장 학교에서 갈등과 혼란이 증폭됐다.장기적이고 큰 피해는 따로 있다. 한국 사회가 올바른 성교육을 논의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갈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 피해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회수 대상 책 가운데엔 국제앰네스티 추천 도서 시리즈 4권도 들어갔다. 이 시리즈는 전통적 성역할 구분 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설명한다. 은 “헝클어진 머리를 해도 될 권리, 마음껏 까불 수 있는 권리” “대통령, 조각가, 외과 의사 등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등으로 구성된다. 권리 선언 중 “남자든 여자든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권리”가 문제 됐다. 보수 개신교단체와 보수 정당은 “동성애를 조장·미화한다”고 했다. A교사=학교마다 달라요. 보건교사를 둔 학교도 있고, 담임교사가 성교육을 하는 학교도 있죠. 안전, 인권, 진로교육 등 10개의 범교과 과정 중 안전교육에 성교육이 들어가요. 단독 성교육 시간도 정말 짧고, 이 시간에 실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외부강사가 오면 1~6학년에 다 같은 내용을 방송으로 틀어주는 식이죠.

A교사=터질 일이 터졌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선 끊임없이 산발적으로 터져왔던 사건이죠. 누구 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에 몰래 돌리고, 헛소문을 퍼뜨리며, 원격으로 뭘 시키는 행위들이 이어졌어요. 유튜브에 뜬 ‘참교육’ 시리즈엔 잘못한 사람을 응징하고 처벌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보통 힘 있는 남성이 권력을 휘두르고 약자가 당하는 형식이에요. 따로따로 벌어진 일이 다 연결된 게 디지털 성범죄예요. n번방 사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면서 “학교에 알리겠다”고 한 점이에요. 학교가 한 번도 이런 일들을 제대로 제재한 적이 없어요. 학교에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어요. 사이버·언어 폭력으로 다룰 수도 있지만, 이것도 학교장 선에서 종결이 가능해요. 불법촬영해서 카카오톡으로 돌려보는 명백한 디지털 성범죄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종결될 수 있는 거죠. 학교 현장엔 가해자를 교육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요.

한국 성교육이 같은 트랙을 뱅뱅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어린이책’ 회수 사태는 지속된 학교 성교육 후퇴의 연장선에 있다. 보수 개신교 세력이 후퇴와 퇴보의 중심에 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건교과서는 11년 동안 한 차례도 개정되지 못했다. 최근에야 겨우 한 종만 개정됐다. 디지털 성폭력·기후변화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등 최신 이슈들을 반영했다. 이 교과서도 보수단체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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