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과거 논문을 개고하면서까지 다시 일베의 탄생과 그 혐오의 논리에 주목했다. 무슨 까닭일까. 일베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길래?
‘뒤늦게 웬 일베?’ 고개를 갸웃거릴 가상의 독자에게 맞장구치듯 저자인 사회학 연구자 김학준은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줄임말인 일베는 2012년 즈음부터 온갖 혐오 표현을 폭발적으로 뿜어내며 사회적 충격을 안겼으나, 2017년 탄핵 정국 이후 서서히 대중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는 ‘몰락’을 맞이했음이 자명해보인다.
일베는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다. 는 일베의 출현에서 한국의 근대화와 현대 자본주의 체제라는 맥락을 살피는 책이다. 변함없이 굳건한 이 거대한 맥락 속에서 탄생한 일베적 혐오는 이제 일베라는 커뮤니티의 흥망과는 별개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저자는 이미 앞선 논문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체제가 작동했을 때 산출되는 주체”가 바로 일베라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그는 ‘이대남’이란 호명과 이준석의 등장 등을 통해 과거 자신이 통찰한 일베식 혐오의 구조가 사회의 주류로 떠오르는 현상을 목도하며 논문의 확장을 결심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일베라는 개별 커뮤니티의 혐오 구조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일베 이후 우리 사회를 채운 혐오의 동력과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석사 졸업 이후 데이터 분석계에서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2011년 5월28일부터 2020년 12월31일까지 총 81만1327건의 일베 게시물 전수를 분석해 일베의 혐오 구조를 다시금 헤집었다.
저자는 평범 내러티브를 “고통은 그게 무엇이든 그저 내면으로 침잠하며 스스로 삭이면 그만인 개인적 경험”으로 여기고 “고통을 들어달라고 ‘징징’대는 것은 스스로가 약자임을 자임하는 꼴에 불과하며, 이는 곧 자기경영에 실패한 개인에게 책임이 있는 문제”로 보는 삶의 태도 혹은 멘털리티라고 설명한다.일베 이용자를 포함한 다수의 사회구성원은 ‘평범한 시민’의 꿈을 꾼다. 하지만 날로 심해지는 사회경제적 위기 앞에서 풍족하고 단란한 4인 정상가족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근대적 의미의 ‘평범한 시민’의 삶은 대다수의 청년들에게 도달 불가능한 ‘꿈의 영역’에 남았다. 대신 눈앞에 놓인 것은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차가운 현실뿐이다. 그리고 그 좌절과 고통의 책임은 엉뚱하게도 구조가 아닌 소수자를 향했다. 는 모텔 투숙객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죄인이자 일베의 ‘네임드’ 이용자였던 장대호를 일베의 이념형으로 보고 분석을 시도한다.
일례로 2019년 모텔 투숙객을 잔인하게 살인한 범죄자이자 일베의 ‘네임드’ 이용자였던 장대호가 공개한 ‘옥중 회고록’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나’에 대한 도취와 함께 “나의 불운을 떠벌리며 동정과 이해를 구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내용이 발견된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나를 두려워하라’… ‘일베’가 열어젖힌 혐오의 시대 [책&생각]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일베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정돈된 형태의 인물”로, 내로남불과 냉소를 번갈아 던지면서 한국 정치를 희화화한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다주택자도 종부세 부담 '뚝'…'부자 감세' 나선 정부1세대 1주택자만 해당되는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주택 수에 관계없이 인하돼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재산세 종부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1㎝ 황금개구리의 ‘체조 점프’…그런데 왜 등으로 착지해?몸길이 1㎝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척추동물의 하나인 브라질 남동부의 황금개구리. 자신을 내던지는 듯한 자세로 뛰어오른다. 점프하는 동안 셋에 한 번은 등으로 떨어졌다. 이런 엉성한 착지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높일 텐데 어떻게 이런 동작이 진화했을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작년 평양 위성관제소 인근서 큰불…위성사진으로 뒤늦게 확인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북한 평양의 위성관제종합지휘소(위성관제소) 인근에서 지난해 큰불이 났던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軍, 北피격공무원 '자진월북' 판단 성급했나…뒤늦게 사과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군 당국이 2020년 9월 서해에서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 16일 '자진 월북'이라던 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