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 ‘화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죽은 빵 되살리는 오븐’ 같은 로버트 재단전폭...
‘죽은 빵 되살리는 오븐’ 같은 로버트 재단안이지는 화가이자 미술학원 강사였다. 팬데믹으로 더 이상 학원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생계를 위해 음식 배달 ‘빨리’ 앱의 라이더로 뛰었다. 쉐이크쉑 버거를 반경 600m 거리까지 8분 만에 배달해도 ‘별점 테러’를 받는다. 배달 앱을 끄자 태평양 건너 로버트 재단에서 전화가 왔다. 스팸전화가 아니었다.
파격적 지원을 받고 4개월간 작업한다. 조건은 마지막 날 로버트 재단의 이사장 격인 ‘로버트’가 점찍은 작품 하나를 소각해야 한다는 것. 계약서에는 로버트가 발의 인장을 찍은 작품이 피자 화덕 같은 소각로로 들어간다는 조항이 적혔다. 작품 하나를 소각한다는 계약서에 사인한 안이지는 로버트 재단이 있는 Q 도시와 작업실에서 ‘블랙코미디’ 같은 장면을 마주한다. 같은 주제를 지독하리만큼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하는 로버트와의 만찬과 산책. 로버트의 말은 블랙박스와 통역사를 거쳐 안이지에게 전달된다. 개의 말을 걸러준다는 블랙박스는 어떻게 작동되는 걸까. 그토록 훌륭한 물건이라면 왜 상업적으로 팔지 않을까. 통역사는 로버트의 말을 제대로 옮기고 있을까. 작품을 정말 소각해야 할까. ‘개’ 로버트는 정말 훌륭한 미적 감각을 가졌을까. 안이지의 궁금증과 두려움은 독자의 그것이 된다. 책은 추리소설도 아닌데 결말까지 가는 여정 내내 두근거림을 안겨준다.소설은 일단 ‘개’라는 존재가 인간의 예술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부터 독자의 익숙한 통념을 깬다. ‘개’가 점찍은 작품을 ‘불태운다’는 설정은 예술과 자본주의의 불편한 관계를 유쾌한 방식으로 내보인다. 개가 점찍은 작품을 태워 없애면서 그림의 값어치는 더 상승한다.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인 예술가가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윤고은은 기자와 통화하며 “최근 몇년간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이 플랫폼상의 지도 이미지였다. 배달 앱 같은 경우 다른 모든 내용이 생략된 채 필요한 것만 나온다”며 “현대인 대부분이 지도 위에서 커서처럼 깜빡이는 점으로만 요약되는 잔혹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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