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계엄이 웃을 수 없는 희극이었다면, 종교와 정치가 뒤엉킨 3·1절의 대중집회는 비극의 시작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규모 집회를 동원하는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상대를 적대한다. 다만 자신들만 옳을 수 있는 민주주의, 다른 정당을 없애고 싶은 민주주의, 법의 지배를 부정하는 민주주의라면 결국 전체주의다. - 중앙시평,전체주의,민주주의,전체주의적 대중,정치,선동,다원주의
윤석열의 계엄이 웃을 수 없는 희극이었다면, 종교와 정치가 뒤엉킨 3·1절의 대중집회는 비극의 시작 같다. 정치인이 그런 집회에 나간다는 것은 정치의 기능이 무너졌음을 뜻한다. 그건 정치가 아니라 선동이다. 사회가 어떻게 되든, 기회만 얻으면 된다고 보는 무책임한 태도다. 적어도 3·1절의 거리에서 정치는 죽었다. 정치인도 죽었다. 공동체? 그런 건 없었다. 거리엔 분단된 두 나라가 있었다.지난 1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광화문 인근 열린송현녹지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탄핵 찬성 집회. 김종호 기자, 뉴스1
누군가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다른 이의 도움이 없어도 되는 정치가가 있다면 그는 완전하게 정의로운 사람일 것이다. 그에게는 귀 기울여야 할 비판자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가 보통의 인간들보다 정의로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있다. 통치자나 정치가로서 그는 반사회적인 존재다. 이견으로부터 배우지 않아도 되는 이는 왕이다. 법을 부정하고 선의만 믿으라고 하는 자는 독재자다. 전체주의는 민주주의에 상존하는 위험이다. 민주화 이전에는 군부독재나 권위주의는 있어도 전체주의는 없다. 전체주의의 위험은 자유의 대가다. 그런 위험은 대중의 역할을 잘못 이해할 때마다 민주주의 안으로 스며들어 온다. 전체주의자들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너무 쉽게 바꾸려 한다. 그들은 완전히 정의롭고 더없이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열망을 먹고 산다.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정당이나 집단을 경멸하고 없애려 한다. 그들의 혐오 목록에는 다양성과 이견, 차이, 갈등이 수위를 차지한다. 오로지 일치된 투쟁, 원팀, 하나됨만이 추앙된다. 다름과 이질성은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다원주의 속에서만 숨 쉴 수 있는 정당정치는 파괴된다.
전체주의는 탄압과 통제를 동반한다. 그것도 잔인한 탄압과 통제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것은 광범한 대중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자들은 대중의 집단적 의지와 믿음을 창조해 돈을 모으고 권력을 향유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반대파를 대중의 열의를 통해 탄압하는 방법에도 익숙하다. 『정치를 옹호함』의 저자 버나드 크릭이 적절히 예로 들었듯, “물지 않고 짖기만 하는 겁먹은 반대자들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이 전체주의다. 침묵하거나 잠자는 개조차 가만히 누워 있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들이다. 꼬리를 흔들며 반길 때까지 전체주의적 대중이 그들을 채찍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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