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자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가 큰 화제가 되었다. 개화 시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지역 벚꽃축제에 벚꽃이 만개하지 않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
10년 후에 파인애플 축제를 하면 되겠지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벚꽃을 역사에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름답다얼마 전 한 지자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광고가 큰 화제가 되었다. 개화 시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지역 벚꽃축제에 벚꽃이 만개하지 않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는 흥미로운 광고를 게재해서다. 겨울 및 초봄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서 많은 지자체가 아마 올해도 개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축제 날짜를 빠르게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올해 실제 벚꽃 개화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아 지자체들은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할 수밖에 없는 슬픈 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꽃이 없는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찾은 수십만의 관광객, 준비를 진행한 지자체들의 경제적 손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큰맘 먹고 벚꽃을 보기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했던 분들은 내년에 그곳을 다시 찾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례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식물의 개화 시기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벚나무는 정직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에 맞추어 개화를 진행하였다. 사람이 잘못 추정한 것이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개화를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차가운 날과 따뜻한 날을 경험하려 한다. 개화 이후 발생할 서리 피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일정량의 추위를 경험하고 그 이후 개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열을 축적한다. 그리고 식물마다 반응하는 기온과 필요한 열량이 다르다. 예를 들어 벚꽃은 주로 섭씨 5도 이상의 기온에만 반응하여 열을 축적한다. 반면에 개나리는 섭씨 4도 이상의 기온에 반응한다. 같은 종이라도 식물의 서식지 특성, 나이, 토양 특성 등에 따라 기저기온과 열량이 조금 다를 수 있다. 벚꽃 같은 경우 매일 섭씨 5도 이상의 기온에 반응해 열을 축적하여 열량이 약 106 정도가 되면 꽃이 피게 된다.
지금 많은 분이 법정 의무 공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후 리스크에 대해 고민한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국제 경제 질서의 변화에 따라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국내 기업들의 대응을 보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왜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스크를 공시에 담으라고 한 것인지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의미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리스크가 담고 있는 두 가지 항목인 전환 리스크와 물리적 리스크는 재무 정보처럼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라는 것이 아니다. 각각 기후변화의 원인물질과 기후변화의 결과반응에 해당하는 내용을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하라고 맡겨두면 안 되겠기에 공시라는 제도에 담아 버린 것이다. 즉 지금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 거주하는 모든 국가가 동참해서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공통된 규범이 필요하고 그것을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전환 리스크의 산정을 위해서는 기업의 모든 가치사슬의 탄소 배출량 산정이 기본이다. 그런데 탄소배출량이 무엇인가? 바로 그 기업의 경제력이다. 아직은 많은 국내 기업이 탄소와 경제의 탈동조화를 이루어 내지 못했기에 대다수 기업의 탄소배출 정보는 그 기업의 경제력을 지시하는 지시자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많은 글로벌 경쟁사가 고객으로 있는 해외 컨설팅 회사에 맡기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이제라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절대적으로 다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정보이기에 기업 스스로 진정성 있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꽃이 피기 시작하자 많은 언론에서 앞으로도 계속 꽃이 빨리 피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 내 대답은 항상 같다. 계속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질 것이라고. 지금 우리 모두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지 않으면 벚꽃축제는 국사책 속에서나 볼 것이다. 뭐 10년 후에 파인애플 축제를 하면 되겠지 하며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벚꽃을 역사에 묻어 두기에는 너무 아름답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기후 리스크를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다루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말이다.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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