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심히 미약하다. 처음 젤렌스키가 2024년 10월 북한군 파병설을 제기하고, 한국의 국정원이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여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우리의 혈맹 즉 미국과 나토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러더니 미 대선이 막바지를 달리면서 우리의 맹방들은 ‘확인했다’를 남발했다. 뭐가 나와도 ‘확인했다’고 말했고, 덩달아 국정원도 ‘확인했다’를 입에 달고 있었다. 파병 숫자도 처음엔 1,000명 수준으로 다소 조신하게 출발하더니 이내 3,000명, 4,000명, 7,000명, 8,000명 그리고 급기야 10,000명을 넘기더니 가까스로 12,000명 수준에서 멈춰 섰다. 어차피 ‘확인’ 못할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 또 그냥 마구 부른다고 북한이 항의할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숫자는 순전히 부르는 사람 마음이었다.
둘째,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군 파병설은 나토로부터의 지속적인 전비와 무기지원을 압박, 유도할 적절한 고리였다. 이미 유럽 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피로가 가증되는 조건에서 새로운 외부충격을 통해 유럽 나토의 전의를 끌어 올릴 시급한 필요가 있었다. 1월 9일 독일 람슈타인 미군기지에서 러시아 침공 이후부터 해오던 우크라이나 지원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미 1월 초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침공은 러시아와의 종전협상에 대비한 ‘바게닝칩’이라고 말했다. 람슈타인회의에서 젤렌스키는 쿠르스크 침공을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둘 다 참 얼척없는 소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마라화나 중독의 B급 코미디언의 생존의지와 축재능력은 높이 살 만하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2명의 북한군 포로가 ‘생포’되었다. 사실 지난해 11월 말 BBC 기자의 쿠르스크 전장 취재에서 나온 우크라이나 병사의 푸념이 있었다. 바라기로 ‘신분증’을 지참한 북한군 포로를 생포하라는 상부 지시와 만일 생포하면 포상휴가 등 두둑한 보상이 있다는데 안 보이는 걸 어떻게 하냐는 투정이었다. 없으면 만들면 될 일 아닌가.이 2인의 북한군 포로가 생포됐다는 날이 1월 11일이다.
여기까지가 북한군 파병설 제2국면이다. 대략 12월 3일 윤석열 친위 쿠데타에서 시작해 뉴욕타임즈 기사 기준 1월 15일 전후 북한군 철수까지다. 2월 7일 BBC 보도가 맞다면 이제부터 제3국면이 시작된다. 그런데 김이 다 빠졌다. 여기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트럼프와 머스크가 ‘범죄집단’ 미국제개발처USAID를 ‘때려잡은’ 탓이 크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언론의 10분의 9는 바로 이 USAID 돈으로 꾸려 왔기 때문이다. 돈줄이 끊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군 파병설 관련 각종 뉴스나 소위 ‘증거’의 생성 및 전파 루트는 대략 이랬다. 우크라 특수작전군SOF 해당 부대가 가짜 뉴스를 조작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매체나 봇 등에 공개하면, 그 매체 규모가 정말 보잘 것 없는데 한국의 특히 연합뉴스 등은 어떻게 다 알아내고 이를 보도하고, 나머지 한국 매체는 이를 베낀다. 그런데 특수작전군 예산도 물론이고, 나머지 모든 매체의 자금줄이 말라버린 것이다.
쿠르스크의 북한군은 위 3자 연합이 만들어낸 정치적 ‘시뮬라크르simulacre’다. 역사적으로 그것은 통킹만 조작사건 그리고 21세기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날조의 맥을 계승한다. 그것은 말 그대로 ‘원본 없는 이미지’다. 원본이 없는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투사된 정치적 의도와 조작자의 기술만이 이 복제된 세계의 원본이다. 지금까지 거의 수십 종의 가짜 이미지가 제작되어 유통되었다. 누구도 묻지 않았다. 기사의 말미 영혼 없는 클리셰만 있었을 뿐이다. 즉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허사 말이다. 언론의 사명은 진위를 확인하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서방 언론과 한국 언론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했다.
는 2.8일 현재 쿠르스크 전황이다. 출처는 워싱턴의 대표적인 네오콘 연구소 전쟁연구소ISW다. 바이든 정권의 전쟁내러티브를 설계해 온 조직이니만큼 러시아 쪽에 유리하게 볼 일은 없다. 우크라이나의 침공초기 최대 약 1,200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던 점령지는 현재 약 400평방킬로미터로 1/3로 축소된 상태다. 작년 8월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최정예 병력과 최신 장비를 쿠르스크에 집중 투입해 왔다. 적지에서 전투하는 만큼 우크라이나군의 피해 역시 막대했다. 5만이 훨씬 넘는 병력 손실과 엄청난 장비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10여개가 넘는 최정예 여단병력을 특히 점령지 지휘본부가 소재한 점령지 중앙의 수자 마을을 중심으로 투입하고 있다 . 의 우상 밝은 녹색지역이 점령지인데 지금은 저 1/3이라고 보면 된다. 지도상으로도 저 지역을 ‘바게닝칩’으로 러시아와 정전협상 하겠다는 젤렌스키의 말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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