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주의 고려, 또 다른 500년] 김부식의 금 사대 현실론은 역사 퇴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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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주의 고려, 또 다른 500년] 김부식의 금 사대 현실론은 역사 퇴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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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개경(지금 개성)이 땅의 기운이 다했고 서경은 왕기가 서렸으니 서경으로 천도하면 고려가 천하를 호령하게 될 것이며 금나라가 스스로 항복해 올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수도를 정할 때는 땅의 기운이 성한 곳을 찾아야 하고 시간이 지나 기운이 쇠해지면 다른 성한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지금이 바로 개경에서 서경으로 옮길 때라는 것이었다.

11세기 고려는 평화로웠다. 1019년 강감찬의 귀주대첩으로 거란의 침략을 물리쳤고, 이 승리를 바탕으로 평화를 지켰다. 그러다 12세기 초 만주에서 여진이 흥기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여진은 부족을 통일한 뒤 금나라를 세웠고, 거란과 송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켰다. 그사이에 고려와도 충돌했다. 윤관의 9성 개척과 환부는 여진이 아직 나라를 세우기 전에 있던 일이었다. 금나라의 등장에 따른 동북아 질서의 급격한 변동은 고려의 오랜 평화를 뒤흔들었다. 오늘 이야기는 국가의 위기에 대처하는 네 사람의 서로 다른 방식에 관한 것이다.묘청 천도론, 현실성 잣대로 봐야 김부식 은 『삼국사기』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135년 묘청이 서경 천도 를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켰을 때 군대를 이끌고 가서 진압했다. 윤언이는 학자이자 문장가이며, 윤관의 아들이다. 김부식 을 따라 서경 반란 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웠지만 묘청 일파 와 내통했다는 혐의를 받아 수난을 겪었다.

처음에 고려는 강력 반발했고, 금의 국서에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은 고려 편이 아니었다. 금은 점점 더 강성해졌고, 마침내 1125년에는 거란을 멸망시킨 데 이어 송나라 수도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고려의 대응도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1126년 어전 회의에서 “금이 과거에 작았을 때는 우리를 섬겼으나, 지금은 갑자기 세력을 일으켜 거란과 송을 멸망시켰으며, 병력도 강하여 나날이 커지고 있으니 사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격론 끝에 채택되었다. 그에 따라 금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대가로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심이 문제였다. 어제까지 아래로 보아왔던 여진을 갑자기 상국으로 받들게 된 상황을 대다수 고려 사람들은 용납할 수 없었고, 그 틈을 묘청이 채우고 나선 것이었다. 서경으로 천도하면 금나라가 항복할 것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묘청이 보기에 금에게 굴복한 것도 개경의 기운이 다했기 때문이었다.

12세기 전반, 국가적 위기에서 네 사람은 각각 다른 길을 걸었다. 그 결과 김부식이 정지상과 묘청을 죽이고 윤언이를 지방관으로 쫓아내고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 승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차가웠다. 정지상의 죽음에 대해서 “당시 사람들이 ‘김부식이 평소 정지상과 문장에서 명성을 다투었는데, 불평이 쌓였다가 이때 반란에 내응했다는 핑계를 대고 죽였다’고 말들 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전한다. 수십 년이 지나서 이규보의 『백운소설』에는 정지상의 귀신이 절간 해우소에서 김부식의 음낭을 옥죄어 죽게 했다는 전설이 실렸다. 윤언이와는 좀 더 긴 이야기가 있다. 일찍이 윤관이 대각국사 의천의 비문을 지었는데 문장에 불만을 가진 문도들이 왕에게 아뢰어 김부식으로 하여금 고쳐 짓도록 했더니 김부식이 사양도 하지 않고 다시 지었으므로 아들 윤언이가 앙심을 품었다.

김부식이 묘청에게 승리한 데 대해서는 더 싸늘한 평가가 있다. 근대의 역사가 신채호의 평가이다. 신채호는 묘청과 김부식의 대립이 “낭가·불가 대 유가의 싸움이며, 국풍파 대 한학파의 싸움이며, 독립당 대 사대당의 싸움이며, 진취사상 대 보수사상의 싸움이니, 묘청은 전자의 대표요 김부식은 후자의 대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부식이 승리하는 바람에 고려·조선의 1000년 역사가 사대적·보수적·속박적 사상에 정복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모두가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지만, 하나같이 현실적인 판단은 아니다. 그럼, 묘청이 이겼어야 하나? 묘청의 주장대로 서경 땅의 기운을 믿고 수도를 옮겼더라면 금나라가 스스로 항복해왔을까? 여진에 굴복한 데 분노한 민심을 쫓아 금에 적대했다면 평화를 지킬 수 있었을까?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에 대한 평가는 그 주장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내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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