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_살점, 카니발리즘 드라마 ‘킹덤’에서 노쇠한 왕은 생사초를 먹고 좀비가 된다. 죽음이 유예된 왕은 끝없이 인육을 갈구...
드라마 ‘킹덤’에서 노쇠한 왕은 생사초를 먹고 좀비가 된다. 죽음이 유예된 왕은 끝없이 인육을 갈구한다. 궁 밖은 굶주림으로 아비규환이다. 보다 못한 사냥꾼 영신이 왕에게 물려 죽은 이 주검으로 국을 끓여 나눠주자 사실을 알아챈 서비가 따진다. 어찌 동료의 주검으로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그러자 영신은 싸늘하게 말한다. “죽은 후에는 그저 고기일 뿐이지.” 국을 먹고 난 백성은 좀비 떼가 되고 만다. 인간인지 비인간인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세상은 지옥, 아수라장을 이룬다.
마빈 해리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등 인류학자들은 카니발리즘이 실제 여러 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한 문화인지 오래 탐구했다. 인류학자들이 구술을 바탕으로 한 연구를 보면, 뉴기니 선주민들은 고인의 주검을 먹으며 사랑과 존경을 표현했다. 이 부족원 상당수가 쿠루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고인의 살과 뇌를 익혀 먹는 과정에서 병원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보제공자들이 식인 풍습을 전해주었을 때 그 풍습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실제 식인 풍습이 서구인들에게 직접 목격된 적은 없다. 식인이 상상 속의 문화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풍습이 ‘원시인’ 사회에서 일반적인 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육신이 살과 뼈로 이루어져 누군가에게 먹힐 수 있고,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관념은 예술과 철학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울하고 끔찍한 그림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태생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늘 자신이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지 반문했다. 베이컨은 어려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으나 폭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고통당했고 일생을 통틀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육점의 고기처럼 비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소 갈빗대 사이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상체 사진을 찍고, 소 갈빗대 사이에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고기가 사람인지, 사람이 고기인지 알 수 없는 형상이다. “고통받는 인간은 동물이고, 고통받는 동물은 인간”이라고 그는 말했다. 십자가 책형을 다룬 그림에서 베이컨은 그리스도를 고깃덩어리로 비유해 충격을 던졌다.
안타깝게도 인류 공동체는 약자를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는 데 열성을 쏟았다. 여러 철학자, 사회운동가들은 장애인과 여성 등 타자화된 존재가 동물처럼 혐오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여러 등급으로 서열화, 위계화되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인다. 우수한 유전자만을 보존하려는 우생학은 동물 육종에서 비롯했다. 1930년대 우생학이 발달한 미국에선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강제불임수술을 하는 단종법을 통과시켰고 나치 독일은 장애인을 단종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대규모 축산, 도살을 ‘동물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는 논리에 유럽인들 다수가 경악한다. 어떻게 사람을, 희생자를 고기에 비유하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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