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메타세쿼이아의 부러진 가지에 열쇠가 걸려있다. 딱 내 키 높이다. 평범한 은색 열쇠인데 방 열쇠보다는 크고 대문 열쇠보다는 작은 느낌이다. 여기는 초등학교 담장 바로 ...
키 큰 메타세쿼이아의 부러진 가지에 열쇠가 걸려있다. 딱 내 키 높이다. 평범한 은색 열쇠인데 방 열쇠보다는 크고 대문 열쇠보다는 작은 느낌이다. 여기는 초등학교 담장 바로 옆. 주변을 둘러봐도 이 열쇠로 열 만한 문은 없다. 청소도구함 같은 것이 있나 봤지만 그것도 아니다. 어느 초등학생이 자기 집 열쇠를 학교에 올 때 여기 걸어놓고, 집에 갈 때 다시 가져가는 걸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나무에 걸린 열쇠 사건’은 7년 동안 풀리지 않았다.
사실 모른 척해도 상관없다. 누가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찾거나 솔직히 나와 관계있는 일은 아니다. 되레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지갑을 일부러 흘려놓고 지갑을 집으면 훔쳤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남의 잃어버린 물건을 줍거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나에게도 과연 이런 일이 생길까? 궁금한 마음에 물건을 잃어버리는 실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장갑 같은 것을 남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길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과연 내 분실물도 근처에 고이 장식될 것인가? 하지만 말이 쉽지, 멀쩡한 물건을 일부러 잃어버리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에 중학생들이 와글와글 밀려든다. 하교 시간과 겹쳤는지 버스가 가득 찼다. 땀이 삐질 났다. “잠깐만요! 내릴게요!” 무거운 가방에 트렁크까지 들고 필사적으로 중학생들을 비집고 나왔다. 그리고 땀을 닦으며 집으로 들어왔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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