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의 도시관찰일기](4)꽃피는 봄이 오면…나는 꽃구경하는 ‘사람’을 본다

(4)꽃피는 봄이 오면…나는 꽃구경하는 ‘사람’을 본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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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봄에는 누구나 꽃 사진을 찍는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꽃 앞에서 홀린 듯이 카메라를 들고, 카톡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꽃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바뀐다. 사람들이 ...

찰칵, 봄에는 누구나 꽃 사진을 찍는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꽃 앞에서 홀린 듯이 카메라를 들고, 카톡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꽃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바뀐다. 사람들이 보내오는 메시지에도 꽃이 가득하다. 작년에 봤던 꽃인데 올해도 여전히 반갑고, 겨우내 이름을 몰랐던 나무들이 꽃으로 정체를 드러낸다.

그런데 꽃을 찍을 때만은 자유롭다. 누구도 경계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꽃을 찍는 행위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눈부시게 만개한 목련나무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그것이 자신의 집 앞이라도 그럭저럭 눈감아 준다. 아니, 오히려 집주인은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보는 눈은 있어서 우리 집 꽃 예쁜 줄은 아네!” 열린 창문 밖, 내 눈이 닿는 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는 무뚝뚝하고 어딘가 지친 얼굴의 행인들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다. 모두 하하호호 웃으며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다. 언론에서 꽃 소식을 전할 때마다 언급하는 ‘시민들의 즐거운 한때’가 바로 여기 있었다.

그런데 그룹A가 어르신에게 사진을 찍어주십사 부탁하자, 그는 약간 어색한 자세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이런 일이 흔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해 서너 장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오호호, 정말 잘 찍으신다~ 감사해요!” 그룹A는 어르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저마다 소란스러운 인사를 하고 떠났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난 왜 이걸 봐 버렸을까. 따끈따끈 김이 나는 곤드레밥에 집중해도 모자랄 마당에 남의 겸연쩍은 일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이다. 나라도 이따 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야 하는 건가? 이 에피소드의 맥락은 오직 나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다. 그룹B와 그룹C는 어르신의 사정을 알 길이 없다. 그저 ‘덕수궁 돌담길에서 사진 찍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옆에 서서 빤히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하고 불쾌한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들을 쫓아가서 “저 어르신은 사진 찍어주고 싶어서 그렇게 뻘쭘하게 서 있었던 거예요!”라고 알려줄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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