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가 모욕에 가까운 혹평을 내림으로서 원교는 150여년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이제 겨우 원교의 유작이 보물의 지위를 얻었으니 명예회복은 되었을까. 다만 원교의 역작을 “형편없다”고 한 비평글까지 똑같이 보물이 됐으니 지긋지긋한 악연이 아닐 수 없다.
=보물 제1969호, =보물 제1982호…. 간송문화재단이 소장한 두 작품은 2018년 나란히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 19 재유행’으로 관람할 수 없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준비한 ‘새 보물 납시었네’ 특별전의 같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매우 어색한 조우다. 왜냐. 은 18세기 대표 서예가인 원교 이광사가 친필로 쓴 서예이론서이다. 하지만 역시 보물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의 는 제목이 말해주듯 원교의 필결을 읽은 후 쓴 비판글이다. 그러니까 원교의 서예이론서와, 그 이론서를 ‘기본이 안됐다’고 비판한 추사의 글도 같은 해 나란히 보물이 되어 한자리에 출품된 것이다.
사실 추사는 “칠십 평생에 벼루 10개의 밑창이 뚫리도록 먹을 갈았고, 붓 1000자루가 몽땅붓이 되도록 글씨를 썼다”고 자부했다. 추사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난초 그림을 두고 “아무리 9999분까지 이르러도 나머지 1분 만은 원만하게 성취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왕희지 부자로 직접 가는 길은 없는 것이 아닌가. 추사는 아쉽지만 차선의 길이 있다고 했다. 즉 왕희지 부자가 활약한 동진 시대와 가까운 당나라 초기 서예가들이 남긴 글씨를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당나라를 경유해서 진 시대로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추사의 ‘유당입진’이다. 추사는 그 중에서도 구양순 등이 쓴 당나라 초기의 비석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석 명문은 당대의 생생한 기록이므로 가짜일 수 없다는 것이다. 추사는 19세기 당대 청나라 학계를 휩쓸고 있던 바로 이 금석학과 고증학을 받아들였다.■당나라 거칠 필요없다
이규상의 은 “의금부로 끌려온 원교가 하늘을 향해 ‘내게 뛰어난 글씨 솜씨가 있으니 내 목숨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통곡했고, 이를 불쌍하게 여긴 영조가 살려주었다”고 기록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원교의 유배생활은 1777년 73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23년간 계속됐다. 원교의 파격적인 글씨는 당대에도 호불호가 심했던 모양이다. 문신·서예가인 황운조는 “세상사람들이 원교의 글씨가 경악스럽다고 많이 헐뜯지만 그것은 액운이 많이 쌓인 불편한 심기가 원교의 기이하고 뛰어난 붓 끝에서 울려나온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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