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햇빛과 생각과 기억에 관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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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햇빛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단단히 본 교정과 교열, 심혈을 기울여 붙인 제목, 맵시 있게 디자인한 책도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제 모습을 건사하기가 힘들다. 이윽고 하얗게...

사실 햇빛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단단히 본 교정과 교열, 심혈을 기울여 붙인 제목, 맵시 있게 디자인한 책도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제 모습을 건사하기가 힘들다. 이윽고 하얗게 탈색되더니 너덜너덜 제 본래를 부수고 먼지로 흩어진다. 그러니 햇빛은 주삿바늘처럼 제가 닿은 모든 사물을 찌르며 이렇게 말하는 중이겠다. 조금만 기다려, 물체의 사슬에서 풀려나 공중에 자유롭게 떠다니도록 해줄게. 아침부터 따갑게 내려꽂히는 내 목덜미도 예외가 아니다.

여차, 하면 도래하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생각을 안 하고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해서 지금도 매미소리와 싸우며 하안거에 든 수행자들은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무념무상에 들 것인가. 그러나 아예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기에 타협을 한다. 이런저런 잡념에 빠지느니 차라리 한 생각, 하나의 화두에 몰두하자, 어금니 깨물며 씨름하는 것. 불길한 머리카락이 무성한 나는 생각을 제압하지 못해 연신 솟아나는 그것에 휘둘리기 일쑤다. 다만 돌틈 가까이 한해살이풀이라도 키우는 찬물처럼 청량한 기운이라도 묻어나기를 바랄 뿐. 두뇌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머릿속 서랍을 운영할 수가 없어 휘발유처럼 금방 사라지는 그것을 보관하기 위해 메모를 한다. 예전에는 말라가는 나뭇가지처럼 이것들을 어디에 쓸까 싶었는데, 최근 생각이 좀 달라졌다. 나중 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작업에 착수할 때 기억의 벽돌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눈 뜨고 한 바퀴 구르며 일어나 직립하는 건, 꿈의 바깥에서 이 세상으로 들어오는 행위다. 번개 치듯 또 하루를 시작할 때 공식처럼 해야 하는 몇 가지 동작이 있다. 뺄셈이라서 그런 것일까. 찌뿌둥한 몸에서 나가는 투명한 물줄기를 따라 간밤의 짓눌렸던 생각도 잘 합류한다. 이크, 꽤 근사한 게 떠올랐다. 거실로 나와 메모하려는데 아뿔싸, 그새 도망갔다. 나는 이를 심각한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이다가 최근 기억에 관한 소설을 읽다 다음 한 구절에서 큰 위안을 받았기에 여기에 적어둔다. “ut nihil non iisdem verbis redderetur audi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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