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숙취로 쓰린 속을 달래려 시원한 굴국밥을 입안으로 퍼넣고 있는데 문득 메뉴판이 눈에 와 닿았다. ‘굴보쌈-계절 메뉴’. 미친 듯 먹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생굴을 ...
며칠 전 숙취로 쓰린 속을 달래려 시원한 굴국밥을 입안으로 퍼넣고 있는데 문득 메뉴판이 눈에 와 닿았다. ‘굴보쌈-계절 메뉴’. 미친 듯 먹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생굴을 먹었던 것이 지난해 김장할 때, 그리고 올 초 친구네 집들이에서 이렇게 두 차례였다. 아직 3월인데 혹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소용없었다.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지 않는 서양에서도 굴은 예외적으로 날것을 즐긴다. 서구 식문화에서 굴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식재료다. ‘샴페인과 굴’은 성공과 부를 가진 상류층 삶을 상징하는 필수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굴을 호화롭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차별화된 레스토랑 ‘오이스터바’도 있지 않나.얼음이 채워진 우아한 쟁반 위에 껍데기를 반만 깐 싱싱한 굴이 누워 있는 사이로 조각난 레몬이 놓인 모습을 상상해보자. 와인 한 병 곁들이면 이만큼 럭셔리한 식탁이 또 없다. 괜히 가슴 설레고 들뜨는 기분은 덤이다. 윤기가 도는 싱싱하고 희끄무레한 속살을 살살 긁어 호로록 들이마시는 그 순간 입안에서 퍼지는 풍부한 즙과 부드러운 식감은 바다를 한껏 품은 듯하다.굴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식재료다. 선사시대에도 굴을 먹었다.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패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굴 껍데기다. 굴은 해안가에서 구하기 쉬운 데다 맛이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그저 과시용이었을까. 굴이 이처럼 오랜 기간 사랑받은 것은 성을 향한 인류의 원초적 욕망과 밀접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굴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성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페루 출신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음식에 담긴 에로티시즘적 의미를 다룬 저서 에서 “굴은 최음제 요리의 여왕”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 사람들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약이 아닌 음식에 의존했다”면서 “로맨스와 관련해 굴보다 더 명성을 얻은 건 없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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