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리플레이]‘시대에 발 맞추지 못한’ 이경실을 향한 단죄…맥락 휘발된 ‘백래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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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의 리플레이]‘시대에 발 맞추지 못한’ 이경실을 향한 단죄…맥락 휘발된 ‘백래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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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실에게 잘못을 묻는 게 백래시란 게 아니다. 이경실의 잘못을 남성들의 잘못과 쉽게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의 구체적 맥락이 휘발되고, 남성들의 역차별 주장이 반복되는 것이 백래시다.

세상엔 세 가지 성이 있다. 남성, 여성, 그리고 아줌마. 한국의 오래된, 차별적인 농담이다. 최근 벌어진 코미디언 이경실의 성희롱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 뿌리 깊은 농담을 다시 소환해야 한다. 지난 2월17일 방송된 SBS 파워FM 에 스페셜 DJ로 출연한 이경실은 SBS 드라마 를 홍보하러 나온 배우 이제훈의 상의 노출 드라마 스틸컷에 대해 “가슴과 가슴 사이에 골 파인 것 보이시냐. 물 떨어뜨려 밑에서 받아먹으면 그게 바로 약수다, 그냥 정수가 된다. 목젖에서부터 정수가 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이제훈 입장에선 반응하기 난처한 성적 농담일 수 있고, 낮 시간 지상파 라디오로 중계되기엔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해당 발언이 성희롱이라는 문제 제기는 과도한 면이 있지만, 빠른 사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슈를 둘러싼 이야기는 곧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연세대학교 재학생인 모씨가 이경실을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연세대 모씨는 고발장에서 “남성 MC가 여성 게스트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다면 해당 남성 MC는 평생을 성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 것”이라며 “남녀평등이 강조되는 사회적 인식에 미루어볼 때 누구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온라인에서 타인으로부터 성적인 언행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흥미로운 건, 첫째 그럴싸하지만 틀려서이고 둘째 그 안에 깔린 역차별에 대한 억울함을 조금도 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논법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자리만 뒤바꿔 똑같은 수준의 모욕을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진공 상태를 가정한다. 관념적으로는 쉽게 상상할 수 있으나 경험적으로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여성혐오는 가능하지만 남성에 대한 여성의 남성혐오는 불가능하다는 단순화된 이분법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후자가 가능하기 위해선 더 많은 현실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남성에게 젊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욕망의 객체이자 소비재로 남아야 하기에, 그들의 성적 발화나 욕망은 헤픈 것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아줌마’라면 괜찮다. 과거 MBC 에서 이정용의 근육질 몸매와 춤에 환호하던 중년 여성 패널들의 과도한 액션은 그들의 솔직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남성들이 정한 ‘아줌마’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성적 농담은 이번 이경실 건처럼 노골적이고 대담한 어휘로 등장하더라도 실제로 남성 섹슈얼리티를 평가하고 상처 낼 수 있는 권위를 딱히 행사하지 못한다. 욕망의 대상으로서 젊은 여성과, 욕망의 대상은 아니지만 남성에 대한 여성의 욕망을 증명하는 ‘아줌마’를 분리해 소비하는 전략을 통해 남성의 자기만족적 세계는 공고해진다. 앞서의 농담에서 중년 남성으로서 ‘아저씨’가 따로 호명되지 않는 건 그래서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이경실 발언의 부적절함과 별개로 여성에게 더 가혹한 차별적 기준을 증명한다. 과거 윤종신은 역시 지상파 낮 시간 라디오에서 여성을 회에 비유하며 “신선해야 돼, 두 번째 쳐야 돼”라고 성적대상화와 비하를 한꺼번에 했던 바 있다. 물론 이경실과 달리 그는 다음날 방송을 통해 사과했다. 하지만 고발당하진 않았다. 가수 송민호는 Mnet 에서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 가사를 썼다가 역시 논란이 되자 사과문을 냈다. 그래도 고발당하진 않았다. 반면 웹예능에서 부적절한 성적 농담을 했던 박나래는 경찰 조사를 받고 이후 MBC 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사과해야 했다. 그리고 이번엔 이경실이 고발을 당했다. 이경실의 발언을 범죄적 성희롱으로 모는 움직임에서 백래시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이투데이는 “과거는 과거”라며 “젠더 이슈가 전면으로 부상하며,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시대”라며 준엄히 이경실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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